미사리 경정장 음악담당 직원이었던 어선규(36·4기)가 한 편의 역전 드라마를 쓰며 경정 최고 선수 자리에 올랐다.

지난 18일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주최로 미사리 경정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그랑프리경정에서 어선규는 손지영을 제치고 그랑프리를 평정했다.

예선 1위로 결승에 진출한 그는 가장 유리한 1코스를 배정받아 경기에 나섰다. 시작과 함께 1턴 마크에서 빠른 스타트로 승부를 걸었지만 빈 공간을 찔러 들어온 2코스 손지영에게 밀렸다. 손지영에게 뒤진 채로 뒤따라가던 그는 두 바퀴째 1턴 마크에서 안쪽 빈 공간을 파고들어 역전에 성공, 마지막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준우승은 손지영(29·6기)이 박석문(51·2기)이 3위를 차지했다.

어선규는 동아방송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경정 개장과 함께 경정방송팀 음악담당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년간 경정장에서 일하며 경정선수의 꿈을 키웠던 그는 후보생 4기로 2005년 경정에 입문한다.

신고식은 호됐다. 데뷔 첫 경주 보트 전복에 이어 한 달 뒤에는 플라잉(출발위반)으로 2개월 출전정지까지 당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2007년 하반기부터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9년 다시 슬럼프를 겪으며 부진에 빠졌지만 2010년 강자의 반열에 복귀한 뒤 마침내 데뷔 10년 만에 경정최고 대회인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한 편의 영화 같은 감동을 만들어냈다.

올 시즌 랭킹, 상금, 다승(38승) 등 모든 부분에서 선두였던 그는 그랑프리 우승까지 거머쥐며 올해를 자신의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우승상금 2000만원을 벌어들여 시즌 상금도 1억4000만원을 돌파했다. 길현태가 2010년 세웠던 상금액(1억4400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상금이다. 이번 주에도 그는 마지막 경주에 출전해 역대 최고 상금액 도전과 함께 40승 고지 점령에 나선다.

어선규는 “올해 대상경주에서는 우승을 한 번도 못해 아쉬웠다. 그랑프리에서는 꼭 우승하고 싶었다. 꿈이 이뤄져 너무 기쁘다. 내년 시즌에도 더욱 노력해 경정 최강자다운 모습을 팬들에게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 시즌 경정은 이번 주를 끝으로 1년 간의 대장정을 마친다. 내년 시즌은 2월 25일부터 열린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