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神)'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가 자신의 통산 5번째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들어올렸다.
메시는 12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2015 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와 네이마르(24·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세계 최고 선수에 등극했다. 그는 41.33%의 득표율로 호날두(27.76%)와 네이마르(7.86%)를 가볍게 제쳤다.
2015년은 메시의 해였다. 그의 발롱도르 수상에 큰 이견이 없었다. 오히려 2·3위 싸움에 더욱 관심이 쏠렸을 정도다. 그만큼 메시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는 지난해 바르셀로나(스페인)의 5관왕(프리메라리가·챔피언스리그·국왕컵·수퍼컵·클럽월드컵)을 이끌며 세계 최정상 선수의 면모를 과시했다.
개인 기록 역시 눈부셨다. 메시는 지난 시즌 나선 57경기에서 58골 27도움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21경기에 나서 18골 7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무릎 부상으로 2개월간의 공백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메시의 클럽 경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7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 우승 3회, UEFA 수퍼컵 우승 3회, FIFA 클럽 월드컵 우승 3회,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정규리그와 국왕컵 우승팀이 맞붙는 대회) 우승 6회 등 바르셀로나에서만 무려 26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개인 수상 역시 마찬가지다. 역대 최다인 발롱도르 5회를 포함해 유러피언 골든슈 3회, UEFA 최우수 선수 3회,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3회,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5회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9년 연속(2007-2015)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오른 것 역시 그가 최초다.
이런 메시에게도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 FIFA 월드컵 그리고 남미의 챔피언을 가리는 코파 아메리카 우승이다.
연령별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메시다웠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2005 FIFA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23세 이하 선수들로 꾸려지는 올림픽(2008 베이징)에도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정작 성인 대표팀에서는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2007년과 2015년 각각 준우승에 머물렀으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에서도 독일에 연장 끝에 0-1로 패해 아쉬움을 삼켰다.
월드컵 준우승 앞에서는 개인 수상 역시 의미 없었다. 2014 월드컵 당시 메시는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 볼을 수상했다. 하지만 시상대 위에 선 그는 웃지 못했고 시선은 이미 독일의 것이 된 '월드컵'으로 향해 있었다. 이 장면은 축구 팬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됐다.
이는 일부 전문가들이 메시를 '20세기 최고의 축구 선수' 펠레(76·브라질)와 디에고 마라도나(56·아르헨티나)보다 한 수 아래의 선수로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펠레는 총 3차례(1958·1962·1970)나 줄리메컵(1970년까지 사용된 월드컵 우승 트로피)을 품에 안았다. 마라도나 역시 '신의 손' 논란과 함께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조국 아르헨티나를 최정상으로 이끌었다.
메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발롱도르 시상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5개의 발롱도르와 1개의 월드컵 트로피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월드컵 우승이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월드컵은 모든 축구선수들의 목표인 동시에 최고의 영광이다"며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했다.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변이 없는 한 메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해 우승을 노릴 것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메시의 나이는 31살에 불과하다. 축구선수로서 충분히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나이다.
코파 아메리카의 경우는 더욱 유리하다. 메시는 미국에서 열리는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도 나설 예정이다. 특히 올해 코파 아메리카는 대회 창설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5년 칠레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열린다. 대회명에 '센테나리오(스페인어로 100주년을 의미)'가 붙는 이유다. 메시로서는 2015년 준우승의 한을 풀 기회가 1년 만에 찾아온 셈이다. 더군다나 코파 아메리카 우승컵은 펠레와 마라도나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전무후무'한 길을 걸어오고 있는 메시의 끝은 어디일까. 그가 만약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의 트로피마저 품에 안는다면 메시라는 이름은 '축구 그 자체'로 기록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