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의 '야심작' 레이팅 제도가 한국 경마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레이팅이란 경주 편성강도 및 출전 경주 순위·성별·연령·경주기록 등을 바탕으로 경주마의 능력을 1부터 140까지의 구간으로 수치화해 나타내는 제도다. 능력이 뛰어난 경주마일수록 높은 등급이 매겨진다.
한국마사회는 2015년 한국 경마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레이팅 제도를 도입했다.
그 뒤 1년, 한국마사회는 21일 레이팅 제도의 시행 성과를 발표했다.
최고의 성과물은 '경주의 박진감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전체 레이스 중 박빙 승부가 더 늘어난 대목이다. '코차' 이내의 승부 비중 변화가 대표적인 예다.
'코차'는 1~2위 경주마의 '결승선 도착 차이(착차)'가 경주마 코 길이(5cm 이하) 이내의 접전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야구에서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나온 역전 홈런이나 농구의 종료 직전 터진 역전 버저비터와 비교된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2015년 레츠런파크 서울에서 벌어진 전체 경주(1113건) 중 20.9%(233건)가 코착 이내 승부였다. 2014년 18.6%(1116건 중 208건)과 비교해 3%로나 증했다. 전체 출전마간의 경기력 차가 좁혀진 점도 눈에 띈다. 2015년 기준 1위와 5위 경주마간의 결승선 착차가 7.1마신(말의 코 끝에서 꼬리뼈까지의 길이로 0.4마신이 약 1m)으로 전년 대비 0.4마신 단축됐다.
한국마사회 측은 "지난 시즌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우승마를 분별할 수 없을 만큼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가 많았다. 레이팅에 근거한 경주마간 능력 차이를 최소화한 경주 편성이 가능하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경주마들의 경주기록이 단축된 것도 레이팅 제도의 성과로 꼽힌다. 렛츠런파크 서울의 경우 등급별로는 1~6등급까지, 경주거리로는 1000~2300m까지 모든 부문에서 2014년 대비 경주기록이 큰 폭으로 단축됐다. 2등급 2000m의 경우 '삼정제국'이 지난해 9월 치러진 경주에서 2분8.8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2014년 '슈퍼플로잇'이 동거리에서 기록했던 2분14.4초를 5.6초나 앞당겼다. 비슷한 기량의 경주마끼리 레이스를 펼치다보니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경마는 0.01초를 다투기 때문에 0.1초 단축도 놀라운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레이팅 제도는 올해 더욱 정교해질 예정이다. 한국마사회는 최근 2016년도 경마시행계획을 발표하며 레이팅 구간 폭 축소를 통한 경주마들의 능력서열 정교화, 승급·강급 장벽 완화를 통한 경주 박진감 제고, 2개 등급 통합 경주편성을 통한 출전마 간 능력차 축소 등을 목표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