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LG·두산은 최근 몇 시즌 동안 '외국인 타자의 덕을 보지 못한 구단'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과거 제이 데이비스(한화), 타이론 우즈(두산), 로베르토 페타지니(LG) 등 KBO리그에 족적을 남긴 외국인 타자들을 보유했지만, 이후 '잔혹사'라 불릴 정도로 외인 타자 활약은 미미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잔혹사'를 끊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화 윌린 로사리오, LG 루이스 히메네스, 두산 닉 에반스가 시범경기에서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며 활약을 기대케하고 있다.
◇힘 증명 로사리오, 우려 날린 선구안까지
로사리오는 역대 외국인 타자 가운데 빅리그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지난 2011년 콜로라도에서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은 뒤 5년간 44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3·71홈런·241타점을 기록했다. 장타력은 검증이 됐지만, 선구안과 변화구 대처 능력은 물음표가 붙었다. 그는 빅리그에서 통산 354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 73개를 얻는데 그쳤다. 때문에 국내 투수들의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 능력에 우려가 따랐다.
로사리오는 26일 광주 KIA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4타수 3안타로 활약했다. 시범경기 타율은 0.395까지 상승했다. 홈런(3개)과 타점(6개)이 다소 부족해보이지만, 장타율 0.737과 출루율 0.500 수치는 인상적이다. 각각 8개를 얻어낸 볼넷과 삼진 숫자가 눈에 띈다. 국내 투수들의 떨어지는 변화구를 나름 잘 참아내고 있다. 풀 카운트 승부에서 떨어지는 변화구에 당했지만, 맥없이 3구 삼진으로 물러나지 않고 있다. 힘과 선구안을 모두 증명한 로사리오에게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달라진 히메네스, '타점 머신' 진화
히메네스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안타 2개로 4타점을 쓸어담으며 팀의 4-4 무승부를 이끌었다. 이날 타점 4개를 추가한 그는 시범 10경기에서 16타점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타율 0.500에 홈런 2개를 얻었고, 장타율(0.971)과 출루율(0.571)을 합친 OPS는 1.542를 기록했다. 양상문 감독은 "히메네스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타격이 좋아졌다"며 칭찬했다.
히메네스는 지난해 잭 한나한의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적응이 쉽지 않았고, 2군에 내려가는 수모까지 겪었다. 2군에 다녀온 뒤 나아진 모습을 보이자 LG는 히메네스와 재계약을 추진했다. 수비와 성실성을 높게 샀고, 타격 향상 가능성을 감안했다. 히메네스는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단점을 보완했다. 다른 외국인타자와 달리 배움에 적극적이고 코치진의 지적을 반겼다. 히메네스가 지금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LG 타선의 '해결사'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 확인한 에반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에반스에 대해 "스윙이 너무 크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감독의 요구사항을 파악한 에반스는 시범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스윙폭을 줄이고, 정확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시범 12경기에서 타율 0.333·2홈런·8타점을 올렸다. 장타율(0.538) 수치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적응과정에서 스윙폭을 줄인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두산은 홍성흔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으로 나서지 못한다. 에반스는 지명타자 자리를 우선 확보했다. 김태형 감독은 "에반스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은 것 같다"며 "수치상으로 바라는 건 없다. 정규시즌에 들어가서도 지금처럼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