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9
·볼티모어)는 올시즌 어렵게 찾아 온 기회를 완벽하게 살려내고 있다. 이제 좌투수의 벽만 넘어서면 된다. 일단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김현수는 9일(한국시간) 열린 캔자스시티와의 홈 경기에 2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3-0으로 앞선 5회 말 2사 2루에서 에딘슨 볼케스의 3구째 78마일(약 126
㎞) 너클 커브를 받아쳐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시즌 4번째 타점. 상대 선발 볼케스를 강판시키는 동시에 팀의 4-0 승리에 쐐기를 박는 귀중한 적시타였다. 이어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도루까지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 볼티모어는 4연승을 내달렸다.
김현수는 6월 들어 타율 0.393을 기록 중이다. 선발 출장한 6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교체 출장한 6일 뉴욕 양키스전을 제외하면 타율은 0.407에 이른다.
대단한 반전 스토리다. 시범경기 부진으로 시즌 초반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구단의 제안을 뿌리치고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사용하자 구단 수뇌부와 지역 언론으로부터 '찬밥'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훈련과 자기 루틴을 이어나갔다. 포지션 경쟁자이자 신인인 조이 리카드가 점차 부진하자 기회가 오기 시작했다.
김현수는 이를 살렸다. 반신반의하던 시선을 환호로 싹 바꿔놨다. 이달 9타수 1안타에 그친 리카드는 시즌 타율도 0.242(186타수 45안타)로 떨어졌다. 반면 김현수는 타율 0.373(78타수 29안타)이다. 실력으로 경쟁을 이기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은 기회다. 상대 왼손 선발 투수가 등판할 때다. 김현수는 7일 뉴욕 양키스전, 8일 캔자스시티전에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상대 선발이 각각 C.C.사바시아와 대니 더피로 모두 왼손 투수였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양키스전에선 6-8로 뒤진 9회 말 2사 1루 마지막 타석 때 놀란 레이몰드로 교체됐다. 마운드에 양키스 왼손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김현수의 시즌 성적은 우투수 상대가 대부분이다. 우투수를 상대로 76타수 29안타(타율 0.382)에 볼넷 7개를 기록했지만 좌투수 상대 타율은 0.000이다. 하지만 고작 2타수(볼넷 1개) 기회만 얻었을 뿐이다.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게 약하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모든 왼손 타자가 그렇지는 않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김현수의 좌투수 상대 타율은 0.329로 우투수 상대(0.330) 때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2014년엔 좌투 상대 0.374로 우투 상대(0.296)보다 훨씬 뛰어났다. 물론 메이저리그의 수준이 더 높고, 김현수는 아직 루키다. 그러나 김현수는 두 달여 동안 KBO리그 시절의 고타율과 높은 출루율을 메이저리그에서도 기록할 수 있음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 30일 클리블랜드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렸고, 9일 경기에서 첫 도루를 기록했다. '결과를 보여줘야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점점 여유를 찾고 있다.
시애틀도 이대호가 연일 맹타를 휘두르자 그에게 우투수 상대 출장 기회를 점점 부여하고 있다. 다만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고집이 강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스타일이긴 하다.
볼티모어와 10일 맞붙는 캔자스시티는 선발 투수로 우완 마커스 스트로맨을 예고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