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얼굴이지만 목소리가 좋지 않다면 캐릭터에 한계가 있고 목소리가 좋아도 톤 조절을 못 한다면 마찬가지로 제약이 있다.
그런 면에서 신인 위하준(25)은 훈훈한 얼굴에 한 번, 훌륭한 목소리에 한 번, 묵직하며 차분한 톤까지, 얘기를 나누다보면 매력까지 느껴지니 놀랄 게 많다.
지난해 '차이나타운'서 엄태구의 아역으로 첫 상업영화에 출연한 위하준은 관계자들 사이 먼저 눈에 띄었다. 당시 소속사가 없었으나 영화 관계자에 의해 소개됐고 현 소속사에 자리잡았다. 연예계 관계자들이라면 위하준의 현 소속사를 잘 안다. 손예진·이민정·문채원이 소속된 곳으로 과거에도 여럿 여배우들이 있었다. 이런 소속사에 남자 신인은 놀라운 일이다.
"아 그래서 많이 부담스러워요. 어딜가도 소속사 선배님들이나 대표님 얘기가 많이 나와요. 그래서 저를 한 번더 보게 된다고 하니깐요. 부담감도 있지만 감사하죠. 사실 요즘 트렌드에 맞는 꽃미남도 아닌 저에겐 과분하니깐요."
위하준은 최근 국내 매니지먼트 8개사에서 뽑은 신인들과 '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별 프로젝트'는 각 회사의 신인 배우 여덟 명이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강남역에서 플리마켓을 했고 화보도 찍었다. 흔치 않은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다.
"플리마켓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기부했어요. 봉사활동도 다녀왔고요. 사실 소속사에 신인이 저 혼자라 비슷한 선에서 출발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궁금했고요. 최근엔 다같이 MT도 다녀왔어요."
올초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크진 않았지만 제 몫을 다해냈다. 현재는 다른 작품의 오디션을 보고 있다. 위하준은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웃음을 띄어도 훈훈하지만 섬뜩하기도 하고 어딘가 슬퍼 보이기도 한다. 배우로서는 최적의 얼굴이다.
"그렇게 보인다면 정말 좋은 거죠. 이중성이 있는 얼굴이라는 게 가장 큰 칭찬이죠."
근래 보기 드문 진지한 청년이다. 알파고인듯 정해진 대답만 하는 신인배우를 더러 봤지만 확신이 있고 자신감이 있다. 절대 과하지도 않다.
-별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취지가 좋은 일이잖아요. 혼자서도 할 수 있겠지만 단체이다보니 더욱 시너지도 생기고요. 최근 강남역서 플리마켓한 수익금을 기부하고 봉사활동도 했어요."
-플리마켓은 잘 끝났나요. "패션·뷰티·생활·식품 등 다양한 협찬을 받아 판매했고 700만원 정도 수익금이 생겼어요. 수익금은 다문화가정 친구들에게 기부헀고요."
-다른 소속사 배우들과 만남은 어떤가요. "비슷한 선에서 출발했기에 공감대가 잘 형성돼요. 8명이 고민하는 것도 다르다보니 자연스레 서로에게 조언도 하고 의지도 많이 돼요. 동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외롭지도 않고요."
-다른 회사와 비교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 회사에서 혼자 신인이다보니 다른 회사를 부러워하진 않아요. 그냥 '아 저긴 저렇게 하는 구나'에요."
-소속사에 대한 부담이 있죠. "당연히 크죠.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고요. 남들은 '진짜 좋은 회사 들어갔구나'라고 하는데 부담이 많이 돼요.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니 다른 사람들도 저에 대한 기대치가 있을 거 아녜요. 저 잘해야하고 더 조심스러워져요."
-데뷔작은 '차이나타운'이에요. "엄태구 선배의 아역으로 나왔어요. 전역하고 연기를 배우는 과정서 참여하게 됐는데 운이 좋았죠. 영화 첫 촬영이 제 분량이었고 마침 생일이었어요. 잊을 수가 없죠. 촬영 후 관계자의 소개로 지금의 소속사와 연이 닿을 수 있었고요."
-영화 '커터'에서 눈에 띄었어요. "사실 분량은 5회차 정도였는데 대본을 보면서도 임팩트 있었어요. 아직까지도 캐릭터의 심리를 이해하는게 가장 힘들어요."
-배우가 꿈이었나요. "어릴 적 춤추는 걸 좋아했어요. 안무를 직접 짜 동아리 활동할 정도였고 공연도 많이 했어요. 무대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받는 희열이 있거든요. 그래서 배우보단 막연히 연예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죠."
-그러다 어떻게 배우가 됐죠. "연극영화과를 진학했어요. 사실 연기를 쉽게 봤어요. 친구들한테 몰카하듯 연출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첫 연기할때 발성·발음 다 안 됐어요. 감정분석은 커녕 모든게 엉망이었어요. 머릿속에 있는 것과 입에서 나오는게 너무 달랐죠. 그런데 너무 어려우니 오기가 생겼어요."
-오디션도 많이 보나요. "많이 보고 있어요. 오디션은 늘 어려워요. 센스있는 편이 아니라 돌발적인 상황이 주어지면 어떻게 해야하나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요."
-얼굴이 다양해요. "이중성이 있는 얼굴이라는 소리를 가끔 듣는데 최고의 칭찬이죠. 미소지어도 그 미소 속에 다양함이 담겨 있으니깐요."
-회사에 매일 출근한다고요. "아무래도 시간이 많으니 틈나는대로 회사에 나오다보면 눈에 띄잖아요. 관계자들이 많이 오가기도 하니 눈도장찍음 좋겠다 싶어서 자주 나가요."
-고민이 있나요. "아까 말했듯 소속사 선배들의 명성에 먹칠하고 싶지 않아요. 부담이 커요. 스스로 느끼기에 너무 부족한게 많은데 언제 채워가야하나 싶고요. 이런저런 사서 고민하는 스타일이에요. 아, 저 B형이에요.(웃음)"
-고쳐야할 점이 있나요. "살갑게 먼저 다가가는 편은 아니에요. 아직 어리다면 어린 나이인데 생각이 많고 무거운 것도요. 긍정적인 사람들 보면 부러워요."
-올해 목표는요. "드라마든 영화든 제가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액션연기를 하고 싶어요. 몸 쓰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요. 이를테면 호위무사나 경호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