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앞서 나가다 순식간에 뒤집혔고,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일본 전지훈련 중인 고양 오리온은 12일 일본 도쿄도 후추시의 도요타 후추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앨버크 도쿄와 연습경기서 76-90으로 패했다. 앞서 도야마에서 치른 도야마 그라우지즈와의 3연전 마지막날 1승을 거둔 걸 제외하면 전지훈련 연습경기 성적 1승4패다. 하지만 연습경기 결과로 오리온을 판단할 수는 없다. 최진수(27)의 말처럼, 오리온의 완성도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올 시즌부터 시작하는 B리그(NBL과 BJ리그를 통합한 일본프로농구리그)의 초대 왕좌를 노리는 앨버크 도쿄는 '다케우치 세대'로 불리는 다케우치 형제의 동생인 다케우치 조지(31)를 비롯해 전 NBA 출신 디안테 가렛(28), KBL에서 뛰던 트로이 길렌워터(28) 등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22일 개막을 앞두고 있어 조직력도 가다듬어진 상태고, 귀화 선수도 많아 장신의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앞서 이들과 연습경기를 치른 울산 모비스, 안양 KGC인삼공사 모두 패한 바 있다.
하지만 오리온은 1쿼터 시작과 동시에 오데리언 바셋(30)의 레이업으로 첫 득점의 포문을 연 뒤, 문태종(41)과 함께 점수를 주고 받으며 11-2까지 앞서 나갔다. 여기에 앨버크 도쿄가 잦은 턴오버로 오리온에 공격 기회를 헌납하는 사이 최진수를 중심으로 조효현, 김동욱 등이 점수를 더 뽑아내 1쿼터를 25-10으로 크게 앞선 채 마쳤다.
앨버크 도쿄의 추격은 2쿼터부터 시작됐다. 앨버크 도쿄는 길렌워터와 다케우치를 앞세워 공격을 풀어나갔고, 경기 종료 직전 잭 바란스키(24)의 바스켓 카운트로 40-33까지 쫓긴 채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3쿼터, 불과 3분 만에 40-40 동점을 허용한 오리온은 앨버크 도쿄에 역전당한 뒤 좀처럼 재역전을 시키지 못하고 시소게임을 펼쳤다. 58-60으로 뒤쳐진 채 마지막 쿼터를 맞은 추일승(53) 감독은 문태종, 바셋, 김동욱 등을 빼고 베테랑 김도수(35), 성건주(23) 등을 투입, 역전승보다 선수들 점검에 중점을 두며 경기를 운영했고 그 사이 점수가 더 벌어져 경기는 76-90으로 끝났다.
경기 후 만난 최진수는 "저번 경기보다는 잘 풀렸다. 우리 팀은 지금 센터가 없어서 인사이드가 열악한데 트랩 디펜스나 이런 게 잘 된 것 같다"며 "우리가 상대보다 게임을 많이 뛴 편이고, 계속 경기를 뛴 선수들이 많다. (김)동욱이형 (문)태종이형 나이도 많은 편 아닌가. 그에 비해 (상대는)귀화 선수도 있어서 외국인이 3~4명이 뛰고 있으니 앞서가다 뒤집힌 것도 무리는 아니다"고 소감을 전했다.
상대가 얼마나 잘했느냐보다, 오리온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날 결과에 대해 초연할 수 있는 이유였다. 최진수는 "우리는 완전히 미지수다. (허)일영이형도 없고 애런(헤인즈)도 안 뛰지 않았냐"고 되물으며 "외국인 선수로부터 파생되는 공격도 많았다보니 지금 우리의 완성도를 얘기하기 어렵다. 선수가 너무 많이 빠져서 미지수다"라고 강조했다. 우승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새로 온 바셋과 국가대표로 차출된 선수들의 호흡만 잘 맞아떨어진다면 오리온의 '미지수'는 상상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자신감도 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