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5월 2일 광주 무등구장. 원정 팀 삼성의 4번 타자는 19세의 고졸 신인이었다.
솜털이 가시지 않은 얼굴의 '4번 타자 이승엽'은 6회말 해태 선발 이강철의 시속 113km 커브를 받아쳤다.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어 갔다. 당대 최고 잠수함 투수의 변화구를 완벽하게 공략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프로야구 1호 홈런이 기록된 순간이었다.
이승엽은 데뷔 첫 해인 1995년 13홈런을 기록했다. 이듬해 홈런 숫자가 9개로 줄었지만, 타격폼을 교정한 1997년 32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이승엽은 경이적인 속도로 홈런을 추가했다. 데뷔 4년 차인 1999년 어린이날 대구구장에서 현대 정명원을 상대로 프로 통산 100번째 홈런을 쏘아올렸다. 당시 22세 8개월17일로 최연소 100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1999년 54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이 200호 고지를 밟기까지 2년이면 충분했다. 그는 2001년 6월1일 대구 한화전에서 김정수를 상대로 통산 200홈런을 기록했다. 통산 816경기, 24세10개월3일 만에 200홈런에 성공하며, 최연소와 최소경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2년 47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은 2003년 쾌조의 홈런 페이스를 선보였다. 통산 300홈런은 순식간에 달성됐다. 이승엽은 6월 2일 대구 SK전에서 김원형을 상대로 300번재 홈런을 쏘아올렸다. 당시 26세10개월4일로 최연소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300홈런을 돌파한 그는 그해 홈런 56개를 터뜨리며, 오 사다하루의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지금은 블라디미르 발렌틴의 60개)을 깼다.
1995년부터 9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324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은 2004년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그해 4월 4일 다이에(현 소프트뱅크)전에서 아라가키 나기사를 상대로 장외홈런을 쏘아올리며 일본 무대 첫 홈런을 기록했다. 지바 롯데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한 그는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했고, 8월1일 한신전에서 한·일 통산 400홈런을 달성했다.
일본에서 8시즌 동안 159홈런을 때려낸 이승엽은 지난 2012년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했다. 통산 483홈런을 날린 그의 한·일 통산 500홈런 기록 달성에 관심이 모아졌다. 빠르게 홈런 숫자를 늘린 이승엽은 7월2일 목동 넥센전에서 앤디 밴 헤켄에게 500호 홈런을 뽑아냈다.
이승엽은 KBO리그 신기록도 갈아치웠다. 2013년 6월 2일 KBO리그 통산 352홈런을 터뜨리며, 양준혁(전 삼성)이 보유한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이듬해 38세 나이에 32홈런을 쏘아올리며 '역시 이승엽'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15년 6월 3일 포항 롯데전에선 KBO리그 사상 첫 통산 400홈런 금자탑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