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중동 등 아시아의 프로 리그들은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몸집을 불렸다. 세계적 명장과 세계적 스타들을 불러 모으며 세력을 과시했다. 반면 K리그는 지갑을 닫았다. 프로 세계에서 돈은 정의다. 투자를 많이 하는 팀이 강해지는 것이 진리다. 투자를 줄인 K리그는 당연히 아시아 무대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K리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K리그의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없었다. 몇 십 년 동안 정상의 자리에 있던 K리그의 저력을 1, 2년 반짝 투자로 내려 앉힐 수는 없는 일이다. 아시아 최고 클럽을 가리는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K리그는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전북 현대와 FC 서울이 2016 ACL 4강에 나란히 진출했다.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2013년부터 ACL은 동아시아와 서아시아가 나눠 경기를 치렀고 결승전에서 두 대륙의 클럽이 격돌했다. 동아시아 결승전이라 불리는 4강전에 K리그 2팀이 진출한 것이다. 독점이다. K리그가 동아시아 최강 리그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이다.
특히 K리그 2팀은 8강에서 중국 클럽을 만났다. '축구 굴기' 정책의 힘을 받아 거침없이 질주하는 중국 슈퍼리그였다. 돈이라는 자신감을 얻은 중국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축구 굴기'도 K리그를 넘지 못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은 상하이 상강을 만나 8강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지만 2차전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 헐크(30)도 힘을 쓰지 못했고,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지낸 스벤 예란 에릭손(68) 감독도 고개를 숙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은 산둥 루넝과 격돌해 1차전에서 3-1 승, 2차전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탈리아 대표팀 출신 공격수 그라지아노 펠레(31)도,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역임한 펠릭스 마가트(63) 감독도 K리그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모두가 위기라고 할 때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들 때 당당히 얻어낸 결실이다.
ACL 전체 역사를 되돌아봐도 K리그는 단연 최강이다.
K리그는 역대 ACL에서 총 10회 우승을 차지했다. 최다 우승 리그다. 2위 일본 J리그 5회를 압도하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가 3회 우승으로 ACL 최다 우승 클럽으로 이름을 올렸다. ACL 개인 최다 득점은 이동국(37·전북)의 32골이다. 데얀(35·서울)이 24골로 3위에 랭크 됐다. 또 K리그는 2009년부터 5년 연속 결승에 진출해 3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위용을 과시했다. 이런 K리그는 한국 축구의 자긍심이다. 마음껏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한편 전북과 서울의 ACL 4강 1차전은 오는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고, 2차전은 다음달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서아시아에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알 아인과 카타르의 엘 자이시가 4강에 올랐다.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최강자가 맞붙는 대망의 결승 1차전은 11월 19일, 2차전은 11월 26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