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선수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라이벌 의식'이 생겼다. 왕년엔 '전자업계 라이벌'로 경쟁의식을 불태웠던 두 팀이다. 지난 13일 LG는 FA 우규민의 보상선수로 만능 야수 최재원을 영입했다. 이제 삼성 차례다.
LG는 지난 14일 계약한 FA(프리에이전트) 투수 차우찬(29)의 보상선수를 삼성에 내줘야 한다. FA 승인 공시일(17일) 기준으로 사흘째인 19일 오후 보호선수 명단 20명을 건넸다. 삼성은 22일까지 보상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1라운드'는 LG의 판정승이라는 평가다. LG에선 송구홍 단장과 양상문 감독이 모두 최재원 영입에 만족감을 표했다. 반면 대형 FA 2명을 잃은 삼성은 '2라운드' 격인 이번 지명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삼성이 눈독 들이는 포지션은 투수다. 올 시즌 유독 마운드 높이가 낮아졌고, 차우찬까지 빼앗겼다. 올해 40이닝 이상 소화한 LG 투수는 12명이다. 유강남, 정상호를 제외한 포수 1명을 추가로 묶었을 가능성도 있다. 양 감독은 마무리캠프를 마친 뒤 "포수가 든든해야 강팀이 될 수 있다"며 젊은 포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도 포수 전력이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보호선수 명단 작성은 상대 구단의 전략을 읽는 것이 전제다. LG가 투수나 포수 중심으로 명단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LG 입장에선 올해 리빌딩 과정에서 성장한 야수들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출혈은 피할 수 없다. 올해 성장한 야수들이 타 팀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100타석 이상 기록한 내국인 야수만 16명이다.
그렇다면 1차적으로 30대가 넘은 야수들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우선 제외됐을 가능성이 크다. 전례가 있다. 지난해 LG는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팀의 주장이던 이진영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며 '세대교체' 의지를 보였다.
외야수 김용의는 후반기 팀의 리드오프를 꿰찼다. 주전 2루수 손주인도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어 안정권으로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활약이 미미했던 이병규(7번)와 임훈은 다소 불안하다. 한때 팀의 4번 타자였던 이병규는 올 시즌 타율 0.272·7홈런·37타점에 그쳤다. 지난해는 부상 여파로 70경기 출전이 전부다. 작년에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임훈도 마찬가지. 리드오프·주전 우익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젊은 선수와 경쟁에서 주전을 꿰차지 못했다. 결과에 따라 개인 통산 세 번째로 보상선수로 지명되는 진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멀티 내야수 황목치승도 20인 안에 포함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