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재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전북 현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논란은 총재의 또 다른 역할을 시사한다.
AFC 산하 독립 기구인 출전 관리 기구(Entry Control Body)가 지난달 18일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사건을 이유로 전북의 2017 ACL 출전 자격을 박탈하면서 K리그 클래식 상위팀들이 혼란에 빠졌다. 전북이 빠진 자리에 제주 유나이티드가 들어가면서 울산 현대가 ACL 출전권을 얻게 됐다.
그러나 전북은 출전권 회복을 위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 문제를 제소했고 3일 결론을 얻는다.
만약 CAS에서 전북의 손을 들어줄 경우 ACL 출전팀이 또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물론 CAS의 판결은 잠정 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설령 전북이 승소하더라도 AFC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전북과 제주, 울산 3개 팀 모두에 좋을 것 하나 없다.
세 팀 모두 100%의 컨디션으로 ACL 초반 경기를 소화하긴 어렵고, 갑작스러운 ACL 출전 결정에 전지훈련까지 반토막을 내고 날아와야 했던 울산은 특히 손해가 심하다. 각 구단 감독 및 선수, 그리고 관계자들은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이 사태의 발단을 만든 건 1차적으로 전북이지만, 축구연맹과 그 수장인 총재 역시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
전북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사건이 불거진 뒤 축구연맹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잘못 끼운 첫 단추에 발목이 잡혔다.
2015년, 경남 FC의 심판 매수 사건 때 승점 10점 삭감과 7000만원의 제재금을 내린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징계를 내려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지만 축구연맹은 망설였고 총재는 강경하게 나서지 못했다. 자가당착에 빠진 축구연맹은 결국 전북에 승점 9점 삭감과 제재금 1억원을 부과하는 선에서 징계를 마무리했다. 당연히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안일했던 축구연맹의 경징계는 AFC의 뒤늦은 중징계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전북은 승점 9점 삭감의 여파로 리그 우승을 놓쳤지만, 반대로 승점 9점 삭감에 그쳤기에 2위에 올라 ACL 출전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축구연맹 차원에서 전북에 강력한 징계를 내렸다면 AFC에 꼬투리를 잡힐 일도 없었고 혼란에 빠질 일도 없었다.
AFC도 전북의 '솜방망이 징계'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축구연맹의 대처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