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마님' 양의지(30)의 한 방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2경기 연속 '영봉패' 탈출을 이끌었다.
양의지는 22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평가전에서 0-1로 뒤진 2회 1사 1루에서 역전 투런홈런을 폭발시켰다.
상대는 요코하마가 올해 새 외국인 선수로 뽑은 필 클레인. 메이저리그 통산 40경기에 등판한 투수다. 초구 높은 직구를 골라낸 양의지는 139㎞짜리 컷패스트볼이 한복판에 몰리자 호쾌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결대로 밀어 친 타구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기노완구장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홈런이 됐다. 야구장을 찾은 한국 팬뿐 아니라 요코하마 팬들까지 양의지의 홈런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냈다.
양의지는 이번 오키나와 전지훈련 평가전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지난 19일 요미우리전 2회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마일스 마이콜라스를 공략해 깨끗한 좌전 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 홈런을 터뜨리며 2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대표팀 선수 중 2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친 선수는 양의지와 서건창뿐이다. 양의지는 홈런으로 유일하게 타점까지 올렸다. 양의지의 홈런이 없었다면, WBC 대표팀은 이번 오키나와 평가전에서 18이닝 무득점에 그칠 뻔했다.
국제 대회와 같은 단기전은 마운드의 높이와 수비력에서 승부가 갈린다. 대표팀 안방을 지키는 양의지는 투수 리드와 수비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러나 그는 "공격과 수비 모두 놓칠 수 없다. 타격 훈련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KBO 리그에서의 최근 2년간 활약으로 타격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풀타임 7시즌 통산 88홈런·장타율 0.457을 기록했다. 2015~2016시즌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터뜨렸고, 장타율은 5할을 넘겼다.
양의지의 '한 방'은 대표팀에 매우 중요하다. 소속팀에선 중심타선을 맡고 있지만, 대표팀에서 양의지의 자리는 7~8번 하위타선이다. 이곳에서 한 방을 날린다면 상대 마운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이번 WBC 대표팀엔 백업 멤버 중 '대타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거포 유형의 타자가 없다. 선발 라인업에서 장타력을 책임져야 한다. 김태균·이대호·최형우 등 중심타선이 득점 기회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그 역할을 양의지가 해야 한다.
이순철 타격코치는 "양의지의 스윙은 쉬워 보이지만, 매우 어렵다"며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장타력을 뿜어낸다. 허리 턴이 매우 빠르고, 손목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