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2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4라운드 FC 서울과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3승1무(승점 10)를 기록하며 개막 이후 4경기 연속 무패를 달렸다. 또한 같은 날 광주 FC와 경기에서 비긴 선두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10)와 승점이 같아져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서울은 리그 첫 패배를 기록하며 2승1무1패(승점 7)에 머물렀다.
전북과 서울의 팀명 앞 글자를 따서 '전설 매치'라고 명명할 정도로 이날 경기에 쏟아진 관심은 뜨거웠다. 그만큼 더할 나위 없이 흥미진진한 매치업이었다.
리그 우승을 다투는 강호들의 초반 맞대결만 해도 '빅 매치'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데 두 팀 사이에는 악연의 역사까지 있다. 지난 시즌 줄곧 선두를 독주하던 전북이 승점 감점 징계를 받은 뒤 시즌 최종전에서 서울에 패해 우승컵을 내준 악연이다. 당시 전북은 최종전에서 패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난 시즌 서울전 전승을 달리고 있었던 터라 팬들 사이에선 두 팀 간 라이벌 감정이 고조되는 계기가 됐다.
라이벌 간 명승부를 예감한 듯 전주종합경기장에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관중이 줄을 섰다. 서울에서 내려온 FC 서울 원정 버스만 해도 4대나 됐다. 경기 시작 전부터 두 팀의 서포터즈는 열렬한 응원전을 전개하며 장외 기 싸움을 펼쳤다.
팬들 못지않게 양 팀 사령탑도 서로를 향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강희(58) 전북 감독은 "라이벌전은 경기에 임하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우승할 수 있는 팀은 부상이나 대표팀 일정 등 장애물이 있다고 해도 이겨 내야 한다"며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도 서울을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황선홍(49) 서울 감독도 "오늘 경기는 이 한 경기가 갖는 의미보다 시즌 전체로 봐서 의미 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양 팀 모두 기선 제압을 원할 것이고, 시즌 초반의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경기라 생각한다"며 '기 싸움'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비장하게 시작한 '전설 매치'였지만 전반 45분은 예상보다 지루하게 흘러갔다. 우선 양 팀 모두 수월하게 공격을 풀어 나가지 못했다. 일단 서울은 스리백으로 전북의 공격을 막는 데 집중해 이렇다 할 공격 장면을 보여 주지 못했다. 전반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윤일록(25)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한 김동우(29)의 슈팅 이후 전반 종료 직전 나온 주세종(27)의 슈팅까지 침묵이 계속됐다.
시원한 골 장면이 없기는 전북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팀 다 박스 안의 움직임은 무뎠고 역습으로 이어지는 공격은 스피드가 부족했다. 그러나 득점을 향한 의지는 전북 쪽이 조금 더 강했다. 전북은 신형민(31)의 중거리 슈팅과 장윤호(21)의 기습적인 슈팅 등으로 몇 차례 서울의 골문을 위협한 끝에 전반 39분 김진수의 직접 프리킥으로 기어코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 골은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 됐고, 승점 3점은 전북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서울과 첫 번째 맞대결서 기선을 제압했다.
최 감독은 경기 뒤 "결과를 내야 하는 경기였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리해 기쁘다"고 간결한 소감을 전했다. "부상자가 많고 A대표팀에 워낙 많은 선수가 차출됐다 돌아온 터라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은 최 감독은 "경기 내용은 많이 미흡하지만 당분간은 결과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상자가 돌아오는 5월까지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이어 간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서울전 소득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