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사무국으로부터 올스타 팀 방한 경기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2017년 11월 둘째 주에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KBO는 "일정에 무리가 없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일단 전했다. 하지만 성사는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와 한국 야구의 교류는 일제시대인 1922년 '허브 올스타' 팀의 방한부터 시작된다. 메이저리그 통산 241승의 허브 페녹이 당시 현역 빅리거 신분으로 이 팀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프로야구 출범 이후 메이저리그 올스타, 혹은 구단이 방한 경기를 치른 적은 한 번도 없다. 원년인 1982년 10월 행크 애런 부사장이 이끄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삼성, OB, MBC 등 국내 구단들과 7차례 경기를 치른 적은 있다. 하지만 이 팀은 애틀랜타 마이너리그 혼성 팀이었다. 52세던 '미스터 컵스' 어니 뱅크스가 이 팀 소속으로 만루홈런을 치기도 했다. 이후 몇 차례 제안과 논의가 이뤄졌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다. 1982년 애틀랜타 팀 방한 때부터 그랬다. 이 사업은 당시 삼성 사무국장이던 이규택씨가 주도했다. 8월에 애런 부사장을 초청하는 등 공을 들였다. 하지만 방한 경기 뒤 이 국장은 사임했다. 당시로는 거액인 7000만원 적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삼성 구단을 떠난 뒤 정치인으로 변신해 6선(13~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KBO는 올해 3월 WBC 서울라운드를 주관하며 10억원가량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KBO 관계자는 "프로모터가 사업을 주관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성 실현이 쉽지 않다. 고척스카이돔을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은 구장 개장 전 메이저리그 구단 초청을 검토한 적이 있다. 역시 사업성 문제로 검토 단계에서 무산됐다. 메이저리거들을 초청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가장 자주 찾는 나라는 역시 일본이다. 1922년 허브 올스타도 일본에서 경기를 치른 뒤 중국 상하이로 가는 길에 한국을 들렀다.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이 참가한 1932년 메이저리그 올스타 팀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창단과 일본 프로야구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1936년 일본 프로야구 출범 뒤론 2014년까지 모두 30회 미·일 올스타전이 열렸다.
2014년 대회는 2006년 이후 8년 만에 개최됐다. 메이저리그 측이 KBO에 올스타 팀 방한을 제안했던 2009년과 2011년은 미·일 올스타전의 향후 개최가 불투명할 때였다. 2006년까지는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이 번갈아 대회를 주최했다. 하지만 일본야구기구(NPB)는 2014년 대회를 부활시키며 국가대표팀을 운영하는 NPB 엔터프라이즈를 주관사로 했다. 국가대표팀 '사무라이 재팬'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는 취지였다.
매출은 나쁘지 않았다. 자동차 제조 업체 스즈키가 메인 스폰서를 맡았고, 델타항공·이온·아사히맥주·로손·미즈노·롯데JTB·사바스 등도 현금과 현물을 지원했다. 스폰서 수입은 8억6000만 엔(약 88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중계권 수입 4억4000만 엔, 입장 수입 16억2000만 엔 등 총 수입은 29억2000만 엔에 달했다.
문제는 매출을 훨씬 초과하는 지출이었다. 총 지출은 39억1000만 엔으로 NPB 엔터프라이즈는 2014년 대회에서 10억 엔, 한화로 1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구장 대관이나 운영 경비 등은 고정비용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선수 29명 초청 비용으로만 9억 엔이 들었다. 선수 수준에 따라 출전 수당이 최저 1000만 엔에서 최대 4800만 엔까지 지급됐다. 여기에 소속팀에 대한 보상과 일본 방문에 동행하는 가족 체재비까지 NPB가 부담해야 했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총 7경기 중 1경기를 국가대표팀이 아닌 인기 구단 요미우리와 한신 혼성팀에 배정해야 했을 정도다. 이 경기 입장권 가격은 최저 3000엔(약 3만1000원), 최고 8만8000엔(약 90만2000원)에 달했다.
그나마 처음 예상보다는 비용이 줄었다. 당초 NPB 엔터프라이즈는 1인당 최고 1억 엔까지 예산을 편성했다. 클레이튼 커쇼 등 최고 수준의 선수를 초청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당초 참가하기로 했던 알버트 푸홀스가 가족 문제로 불참을 선언하는 등 슈퍼스타급을 데려오지도 못했다. NPB 측은 규정 이닝 ⅔ 투수, 규정타석 충족 타자를 '최소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기준을 낮췄다. 호세 알투베, 에반 롱고리아, 알시데스 에스코바르, 저스틴 모노 정도가 NPB가 원했던 선수였다.
10억 엔에 이르는 적자 외에 TV 시청률 부진도 NPB에는 실망이었다. 경기 시청률은 한 번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지 못하고 8~9%에 머물렀다.
NPB 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와 협상이 쉽지 않았다. 요구 사안이 너무 방대했고, 일본은 수용하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메이저리그 올스타 방한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큰 구장이 어디인가?"라고 반문했다. 일본이 2014년 겪었던 과다 비용에 대한 우려였다. 그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팀을 초청한다면 티켓 가격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본은 적자를 예상하고 추진했던 대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