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방송된 JTBC '잡스'에서는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기현·박기량·서혜정·안지환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네 배우는 성우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부터 대표작 등을 언급하며 전성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성우라는 직업이 처한 현실 상황은 물론, 연예인들의 성우 시장 진출에 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먼저 올해로 데뷔 48년 차를 맞이한 김기현은 "1970년도에 MBC에 입사했다. 개국 1년 만으로 정동에 있던 때였다"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역할을 했다"고 밝혀 존경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어 서혜정은 "'X파일' 더빙 10년 동안 스컬리의 헤어스타일을 유지했다"며 지금까지 참여했던 외화 더빙 수를 합산하면 "천 단위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서혜정은 "스컬리를 10년 했지만 사실 스컬리만 하지는 않는다"며 "'세일러문'에서 세일러 마스 역도 했다. 아침엔 '세일러문', 점심엔 'X파일', 저녁엔 내레이션을 하면 지금까지 천 편 이상 정도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대 몇 사람까지 소화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몇 사람이라고 선을 그을 순 없다"며 "목소리는 하나지만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기도. 이어 서혜정은 토끼와 바퀴벌레의 울음소리 등을 예로 들며 실감 나는 목소리 연기를 선보여 3MC를 놀라게 했다.
뮤지컬영화 '맘마미아'의 한 장면을 더빙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네 배우는 극 중 배우의 손짓까지 연기하며 장면을 완벽 소화했다. 특히 박기량은 대본을 보지도 않고 연기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3MC 역시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대사를 놓치는 것은 기본이요, 남의 대사에 목소리를 얹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급기야 박명수는 대사를 내뱉을 때마다 목소리가 달라져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노홍철은 "진짜 어렵다. 옆에서 타이밍을 맞춰줬는데도 불구하고 못하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입도 공개했다. 안지환은 "전속 성우의 경우 한 달 200만 원 정도를 받는다"며 "기본 월급에 녹음 횟수만큼 수당이 붙는다"고 말했다. 기본 생활이 가능하냐는 물음에는 단호히 "안 된다"고 하기도. 안지환은 "2년 동안 기본급이 나오는데 그 기간 동안 살아남지 못하면 일이 안 들어온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그런가 하면 박기량은 프리랜서로 활동할 당시 월급이 5~600만 원이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안지환은 "지금으로 환산하면 5,000만 원이 넘는 돈일 것"이라고 거들었다. 박기량은 "CM이나 행사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며 "열심히 저축해 당시 문 두 짝짜리 차를 샀다"고 덧붙였다.
연예인들의 성우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안지환은 "스타 마케팅의 일환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기현 선배님도 드라마를 하시지 않았냐. 그렇게 역으로 생각해 보면 결과적으로 일이 주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박기량은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실력이 전제되면 인정하지만, 인기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안 된다. 전달력도 떨어지고 장단음도 구분 못 하면 결국 청취자·시청자의 볼 권리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성우의 가장 큰 매력으로 서혜정은 "배우들은 실제 사람이 사는 한도 내에서 다른 역할을 맡아 그 인생을 잠깐 사는 것 아니냐. 저희는 동물의 세계 심지어는 사차원·오차원의 삶도 살 수 있다. 그 매력으로 다시 태어나도 성우를 하고 싶다"고, 김기현은 "성우라는 것이 이렇게 표현하긴 싫지만 옛날 같지 않고 뒤로 밀리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가장 좋은 건 숙련공이 됐을 땐 볼펜 하나만 있으면 된다. 내 목소리로 어디서든,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지환은 "전성기의 문은 닫혔지만 방소에서 전방위로 활약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런 목표 의식을 갖고 성우를 꿈꾼다면 어쩌면 이전보다 더 큰 전성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성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