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판매 1위를 기록, '독주 체제'를 굳히는 모양새다. 경쟁업체인 BMW도 지난달 판매대수를 늘렸지만 벤츠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6월까지 국내에 신규 등록한 수입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어난 11만8152대로 집계됐다.
이 중 벤츠는 3만7723대를 팔아 작년(2만4488대)에 비해 실적이 무려 54.0%나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6월 판매량은 7783대로 수입 브랜드 월 최다판매 기록도 갈아치웠다.
시장 점유율도 크게 확대됐다. 벤츠의 올 상반기 점유율은 31.9%로, 전년 동기 21% 대비 약 11%포인트 올랐다.
반면 BMW는 올해 상반기 2만8998대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25.2% 판매를 늘렸지만, 벤츠와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격차는 1334대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8725대로 6배 이상 벌어졌다.
업계는 BMW가 벤츠와의 경쟁에서 뒤쳐진 이유로 '신형 5시리즈'의 부진을 꼽고 있다. 올 초 출시된 BMW 520d는 올 상반기 2808대 팔려나가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8위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출시된 벤츠 E클래스는 그 동안 밀렸던 주문량을 해소하며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10종 중 4종에 이름을 올렸다. E220d는 4917대가 팔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1위를 기록했고, E300 4매틱과 E300이 각각 3639대, 3258대로 3위와 5위를 기록했다. E200도 3045대가 팔리며 7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벤츠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BMW 신형 5시리즈의 신차 효과가 미미한데다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 정지는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고 재규어랜드로버 등 주요 경쟁 브랜드 역시 올해는 성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입차 시장은 벤츠의 독주를 막을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연비 및 배기가스 조작 등의 돌발 변수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벤츠 천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