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로축구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홈구장 코메르츠방크 아레나 주변을 서성이면 현지인들로부터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발트슈타디온으로 더 잘 알려진 이 경기장에서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63) 전 2018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달렸고, 그의 아들 차두리(37) 축구대표팀 코치가 뛰었기 때문이다. 최근 안방 같은 마음으로 찾은 코메르츠방크 아레나는 어김없이 '한국인이냐'고 물어오는 직원과 시민들로 북적였다.
5만1500명을 수용하는 코메르츠방크 아레나는 밖에서 보면 마치 고대 로마의 원형극장 같은 느낌이다. 철골구조물이지만 은은한 대리석 느낌이 나도록 색깔을 처리한 데다 경기장이 십자무늬로 둘러싸여 있어 독일 축구팬들은 '팔라스트(Palast·독일어로 궁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20년대 발트슈타디온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이 경기장은 신축공사를 통해 2006년 새단장을 했다. 공사비용만도 1억2600만 유로(당시 약 1900억원)가 들었다.
기자가 경기장을 찾은 날은 2017~2018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을 앞두고 그라운드 정비가 한창이었다. 프랑크푸르트 구단 홍보를 맡은 크리스티안 슈타이너는 "네덜란드에서 공수해온 천연잔디롤을 가져와서 그라운드 위에 깔고 일주일간 관리하면 자리를 잡는다. 경기장 전체 잔디 교체를 한 번 하는 데는 10만 유로(약 1억3000만원)가 든다"고 했다.
특수 차양막이 눈길을 끌어 자세히 묻자 크리스티안은 "이 경기장은 돔구장"이라고 했다. 그는 "돔구장이라서 천정이 닫히기는 하는 데 최근 3년 동안은 닫은 적 없다. 축구 경기보다는 주로 콘서트가 열릴 때 닫는다. 덕분에 코메르츠방크 아레나는 '세상에사 가장 큰 오픈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티안은 "콘서트가 열리면 잔디도 객석으로 변하는데, 이때는 7~8만 명까지도 입장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독일 교통의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는 프로이센 왕국시대부터 유럽 문화 및 과학의 중심지였다. 현재는 유럽중앙은행(ECB) 등 유럽 주요 기관들이 위치한 국제금융도시로 성장했다. 경기장은 중앙역에서 차로 1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어 축구 도시가 되기에는 최상의 조건이다. 하지만 정작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축구 얘기만 나오면 작아진다. 1959년 첫 우승 이후 한 번도 리그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전성기는 차범근 전 부위원장이 활약했던 1980년대다. 차 전 분위원장은 프랑크푸르트 이적 첫 시즌인 1979~198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포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크리스티안은 "차범근이 뛰었던 시절 프랑크푸르트는 유럽 전체에서도 유명한 강팀이었다"면서도 "최근 우승에 가장 근접했던 대회는 지난 시즌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결승이다. 안타깝게도 결승에서 도르트문트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새 시즌을 앞두고 부푼 꿈을 꾸고 있다. 근래 들어 최고의 스쿼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2014~2015시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아르연 로번, 토마스 뮐러 등 세계적인 골잡이들을 제치고 득점왕(19골)을 차지한 알렉산더 마이어(34)가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조력자는 일본 축구대표팀 출신 미드필더 하세베 마코토(33)다. 크리스티안은 "마이어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만큼은 '푸스발고트(Fussballgott·독일어로 축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여기에 과거 차범근, 차두리 등 한국 선수들이 활약했다면 현재는 하세베와 다이치 가마다와 같은 일본 선수들이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2017~2018시즌 분데스리가는 20일 바이에른 뮌헨과 바이어 레버쿠젠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약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