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1군에 등록된 최승준은 출전한 9경기에서 타율 0.353(34타수 12안타)로 활약했다. 출루율(0.371)과 장타율(0.794)을 합한 OPS가 무려 1.165. 기록한 안타 12개 중 장타(2루타 3개·홈런 4개)가 7개다. 그는 "2군에서 올라왔을 때 타격감이 괜찮았는데, 계속 잘 맞으니까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굴곡이 많은 2017년이다. 2015년 겨울 FA(프리에이전트)로 이적한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은 최승준은 단숨에 중심타자 자리를 꿰찼다. 김용희 전임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 속에서 지난해 홈런 19개를 때려 내며 홈런 타자 이미지를 굳혔다.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도 자연스럽게 떼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 중 조기 귀국길에 오르면서 시즌이 꼬였다. 미국 플로리다 1차 스프링캠프 자체 청백전 중 베이스러닝을 하다가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과 힘줄) 부상을 당한 게 화근이었다. 일찌감치 인천에 돌아와 강화 퓨처스파크에서 몸을 만들었지만 시즌 첫 1군 등록은 5월 21일에야 이뤄졌다.
김동엽과 한동민을 비롯해 새로운 거포들이 1군에 자리를 잡으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1군 등록 8일 만에 2군행을 통보받았을 정도로 기회가 한정됐다. 최승준은 "내가 없어도 팀이 잘되니까, 점점 기회가 없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준비했다"며 "(2군에 있을 때는) 힘들었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몸이 아팠던 건 내 잘못이다. 무엇보다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모르겠는데 초반에 성적이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계속 나가야 하는데, 2군에 있는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했다"며 "김무관 2군 감독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고 털어놓았다.
부담이 클 수 있는 상황이다. 최승준은 발목 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한동민을 대신해 1군에 등록됐다. 한동민은 부상 전까지 29홈런을 기록하며 최정과 함께 팀 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는 "부담을 가질 수 있는 상황도, 그 정도의 실력도 아니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올해 보여 준 게 전혀 없으니까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는 생각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타격감을 유지하는 비결은 안정감이다.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던 5월에는 5경기 만에 2군행을 통보받았다.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 김동엽 등 경쟁자에 비해 기회가 적었다. 팀 입장에선 출전 시간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동민이 부상으로 아웃되면서 최승준의 역할이 확대됐다. 그는 "계속 경기를 뛰니까 타격감도 좋고, 내 스윙도 할 수 있다"며 "심리적인 부분이 크다. 조금씩 타이밍도 맞아 나간다"고 반겼다.
개인적인 목표는 지운 지 오래다. 최승준은 "부족한 게 많다. 보완점 또한 많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 기록에 대한 목표는 없다. 팀의 5강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