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나요?'라는 질문에 최용수(44) 감독이 답했다. 그는 지금 '야인의 삶'을 즐기고 있다.
지난 2006년 FC 서울 코치로 지도자를 시작한 뒤 한 번의 쉼 없이 꾸준히 달려왔다. 2011년 서울 감독 대행으로 올라섰고, 2012년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해 K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감독으로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후에도 최용수의 서울은 K리그와 아시아 강호로 명성을 이어갔다. 201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에는 FA컵 우승컵을 품었다. K리그 최단 경기, 최연소 100승 달성도 최 감독의 몫이었다. 서울의 투자 감소로 핵심 선수들이 떠났음에도 최 감독의 서울은 흔들리지 않았다. 위기에 강한 모습도 선보였다.
카리스마와 선수 장악력 그리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술적 한 방을 가진 최 감독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젊은 감독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런 그를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축구 굴기'의 중국이 가만두지 않았다. 2016년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은 최 감독을 파격적 조건으로 선임했다. 초반에는 좋았다. 리그 준우승과 FA컵 준우승 등 분위기가 괜찮았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최 감독은 장쑤 지휘봉을 잡은 뒤 1년 만인 지난 6월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6개월 '야인의 삶'을 살게 만들어준 계기가 된 셈이다.
최 감독은 지난 6개월 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그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뒤로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여유롭게 쉬지도 못했다. 지금 그런 시간을 누리고 있다"며 "가족들과 함께 한 시간도 모자랐다.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고 있는 이유다. 가장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렇다고 축구 공부를 게을리 하지는 않았다. 최 감독은 "축구 경기는 꾸준히 보고 있다"며 "K리그 경기장에도 갔고, 대표팀 경기, 유럽 축구 등 현재 축구 흐름은 놓치지 않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편안하게 경기를 관전하고 분석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축구인들과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최 감독의 '다음 행선지'다.
야인으로 사는 동안에도 최 감독의 이름은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다. 일본 J리그 FC 도쿄, 시미즈 에스펄스 등이 최 감독에게 감독 제안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1순위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현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도쿄와 시미즈는 모두 새로운 감독을 선임했고,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역시 김봉길(51) 감독이 자리를 잡았다.
최 감독은 "쉬는 동안에도 여러 곳에서 제의가 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그동안 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내 축구 인생 중 가장 신중한 선택이 될 것이다.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민은 '야인' 최용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축구 인생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0 도쿄올림픽. 최 감독은 축구 인생의 기로에 섰다.
현재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공석이다. 당초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연계하는 일원화 방침을 정했지만 두 대회를 따로 분리해 준비하는 이원화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시안게임은 김봉길 감독 체제로, 올림픽은 또 다른 감독이 지도하게 된다.
아시안게임 감독 후보 1순위로 거론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최 감독은 도쿄올림픽 감독 후보 1순위다.
한 축구인은 "현재로서 최용수 감독 말고 할 사람이 없다고 본다"며 "최 감독이 제의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른 후보에게 기회가 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이미 검증이 된 지도력과 젊음까지 가진 최 감독을 앞서는 감독 후보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대표팀 '첫 경험'에 신경이 쓰인다. 최 감독은 클럽 축구만 경험을 해 봤고, 대표팀 지도 경험은 없다. 클럽과 대표팀의 다른 시스템, 다른 연령대 그리고 클럽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의 관심과 책임감이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그 어떤 제의와 제안을 받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에 대한 생각을 묻자 최 감독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아직 대한축구협회가 최 감독에게 제안할 단계가 아니다.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권한을 가진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2월 안에 위원장을 선임하고 그동안 미뤄왔던 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어떤 인물이 위원장으로 오더라도 최 감독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최 감독은 "제의가 없는 상황에서 말 할 내용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클럽이든 대표팀이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택을 할 일이다. 지금 생각을 정리하지도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고 답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너무 오랫동안 야인으로 지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 감독은 "선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다. 핵심은, 쉬더라도 웬만하면 1년을 넘기지 말라는 조언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