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와 채수빈의 사랑이 이뤄지며 '로봇이 아니야'가 해피엔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극의 결론은 해피엔딩이었지만, 작품 자체는 그러한 결말을 찍었다고 보긴 어려웠다. 고전의 고전을 거듭했다. 시청률은 끝내 5%의 벽을 넘지 못했다.
25일 종영된 MBC 수목극 '로봇이 아니야'에는 유승호(김민규)가 스스로 인간 알레르기라는 병명을 밝히며 그간의 삶을 고백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면서 진짜 사랑으로 그 병을 치유했고 새로운 사업을 위해 달려갈 것을 밝혔다. 사업가로서의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로맨스는 무르익었다. 유승호는 채수빈(조지아)과의 달콤한 사랑에 빠져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작품을 통해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인간 알레르기로 혹독한 외로움에 맞선 김민규가 사랑에 빠지면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울고 웃는 유승호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채수빈은 첫 1인 2역을 소화했다. 인간 조지아와 로봇 아지3를 오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털털한 조지아의 모습과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아지3의 매력이 겸비돼 호기심을 자극했다. 엄밀히 얘기하면 아지3인 척 연기하는 조지아까지 1인 3역을 소화한 셈이다. 채수빈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끝까지 이끌었다. 유승호와 채수빈의 이러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빛을 보지 못했다. 인간에 상처받은 한 사람이 인간 알레르기로 단절된 생활을 하다가 진정한 사랑으로 병을 치유받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 로봇과의 '딥러닝'이 주된 얘기라고 강조했지만, 이것이 풀어지는 과정은 어떠한 강력한 한방을 주거나 중독성을 발휘하진 못했다.
'로봇이 아니야'는 평범했고 예상 가능한 길을 따랐다. 작품 자체가 주는 힘이 크지 못하다 보니 유승호와 채수빈이라는 20대 배우들의 찰진 호흡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지막까지 동 시간대 수목극 최하위였다. 시청자들의 열띤 지지를 받지 못했던 건 극이 주는 신선함이나 강력한 본방사수 욕구의 부재가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