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년만의 복귀다. 의도했지만, 의도치 않은 공백이 됐다. 배우 류승룡이 영화 '염력(연상호 감독)'으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손님(김광태 감독·2015)', '도리화가(이종필 감독·2015)' 이후 관객 앞에 다시 서기까지 3년이 걸렸다. 류승룡은 "매일 기분좋은 설레임과 긴장감의 연속"이라며 진심어린 속내를 고백했다.
원조 3000만 배우다.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2012)', '7번방의 선물(이환경 감독·2013)', '명량(김한민 감독·2014)'이 연달아 1000만 돌파에 성공하면서 류승룡은 범접할 수 없는 '충무로 넘버원 흥행보증수표'로 꽃길을 걸었다. 정신없이 달렸고 더할나위없이 사랑 받았다.
하지만 누구나 한계는 있다. 스스로 정신적·육체적으로 '고갈된다'는 느낌이 들려는 찰나 작품 성적도 떨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다짐과 함께 선택했던 '7년의 밤(추창민 감독)' 개봉이 2년간 보류되고, 이미지 변신을 위해 잡았던 '제 5열' 제작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가장 마지막에 촬영한 '염력'을 먼저 선보이게 됐다.
계획과는 달라진 행보지만 '친근한' 류승룡의 귀환은 반갑다. 오히려 다시 시작하는 단계에서 '염력'이라는 복귀작은 신의 한 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갖게 된 아빠. 류승룡 전매특허 코믹과 감동이 연상호 감독을 만나 꽃을 피웠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낯선 연기를 기어이 해낸 류승룡이다.
"'너무 다작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며 장난스런 푸념을 늘어놓은 류승룡은 실제 2018년 스케줄이 꽉 차 있다. 3월 묵히고 묵혀진 '7년의 밤'이 드디어 개봉을 추진하고, 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촬영에 한창이며, 곧 신작 '극한직업(이병헌 감독)'도 크랭크인 한다. 그는 자주 볼 수 있어 다시 감사한 배우가 됐다.
- 소재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시놉시스를 받았을 땐 없었다. 시사 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용산 참사를 떠올리지도 않았다. 그저 권력에 대한 혹은 가진자에 대한 부당함에 맞서는데 있어 '가장 보편적인 문제가 뭘까' 생각했을 때 지금의 스토리가 가장 적합했고 나 역시 그렇게 이해했다. 우리가 자라면서 늘상 겪어 온 일이니까."
- 염력을 사용하면서 액션을 펼쳐야 했다. "감독님의 도움이 컸다. 촬영 전 항상 시연을 해줬다. 배우가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걱정할 정도로 너무 연기를 잘해서 당황스럽게도 했다. 스태프들 반응이 좋으니까. 경쟁심을 유발시키는 등 묘한 운용 능력이 있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었고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던 적도 있었다.(웃음)"
- 하늘을 날아다니기까지 한다. "나라고 그런 연기를 어디서 해 봤겠나. 날아 다니는 것은 나 역시 첫 경험이었다. 현장에 갔더니 카메라 120대가 나를 찍고 있더라. 스튜디오에서 얼굴 표정 전부를 스캔으로 떴고 360도 회전하면서 희로애락을 다 담아 냈다. 어색했지만 때마다 상황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 초현실적 설정은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도 높다. "그런 걱정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영화적 설정으로 충분히 대체가 되더라. '북한 소행'이라는 유머라던지, 염력을 쓰면서 온갖 것들이 부숴지는 통쾌함 등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지 않을까. 시사회 때 화장실이 급해 잠깐 나갔다가 들어와 맨 앞에 앉아 봤는데 딱 포크레인이 등장하는 신이었다. 위압감이 느껴지더라. 충분히 좋게 봐 주실거라 생각한다."
- 얼굴 표정도 압권이었다. "내가 게임을 안 하는데 '게임 리모콘을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집중하다 보면 얼굴이 알아서 일그러진다고. 진짜 그렇지 않나. 아이디어를 얻어 적용했다."
- 유머러스하지만 '류승룡표 코미디'는 오히려 줄어든 느낌이다. "아니다. 나는 오히려 주어진 캐릭터 설정보다 많이 한 것 같다. 시나리오에서 코미디의 결정체는 경찰서 신이었다. 연상호 감독님의 기지가 보이는 장면이다. 북한 소행도 마찬가지고. 감독님이 원하는 지점이 명확했기 때문에 류승룡스러운 것들을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 '한국의 짐캐리'라는 별명도 얻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집중하다 보니까 표정 연기 때문에 은경이 눈에 그렇게 보인 것 같다. 그것 조차 연상호 감독의 시연이 있었다. 특히 철거촌에서 (박)정민이와 대화하고 혼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돌아가는 신이 있는데, 그 때 지은 표정은 태어나 처음 지어 본 표정이다. 근데 좋더라. 확실히 그림을 그리던 분이라 그런지 표정에 대한 섬세한 디렉션이 있다."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