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범경기는 팀 당 8경기가 편성됐다.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일정이 대폭 축소됐다. 그 와중에 한파와 강풍, 강설로 취소되는 경기도 나왔다.
시범경기는 사실 베테랑들보다 신인들에게 더 중요한 무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야 하고, 프로에서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올해는 특급 신인들의 각축전이 예년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짧았지만 그만큼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새 얼굴들은 누구였을까.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아무래도 신인 2차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kt 강백호다. 강백호는 입단 당시 투타 겸업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받았지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타자' 쪽으로 한 우물을 팠다. "워낙 타격에 재능이 뛰어나 한쪽에만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내부 평가 때문이다. 강백호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려는 kt의 야심은 일단 희망적이다. 스프링캠프 평가전에서 5할 대 장타율(0.586)을 기록하면서 신인답지 않은 파워를 뽐냈다.
초반에는 변화구 대처에 약점을 보였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매 타석 빠른 속도로 적응해 나갔다. 시범 6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33(18타수 6안타) 3타점 2득점 4볼넷 5삼진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19일 롯데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포함해 2타수 2안타를 때려내 스타성을 입증했고, 벌써부터 고의4구도 하나 얻어내 주목을 받았다. 일찌감치 주전 좌익수로 낙점됐다.
한동희는 롯데 1차 지명 선수다. 취약 포지션으로 꼽히는 3루 공백을 채울 재목으로 꼽히고 있다. 지명 당시에는 서울 지역 특급 유망주들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뚜껑이 열리자 실전에서 놀라운 존재감을 뽐냈다. 시범경기 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75(16타수 6안타) 2타점 4득점 6삼진을 올렸다. 시범경기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지난해 고교리그 홈런 1위에 오른 강타자답게 kt 라이언 피어밴드의 너클볼을 받아쳐 2루타를 만들어내는 재주도 뽐냈다. 안정된 수비력도 일품이다.
강백호와 한동희 모두 개막 엔트리 진입은 둘째치고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신인왕인 넥센 이정후처럼 전 경기에 출장하는 고졸 신인 타자의 재탄생도 기대해 볼만 하다.
투수들 가운데선 단연 삼성 양창섭이 돋보인다. 일찌감치 즉시 전력감으로 기대를 모았던 양창섭은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에 세 차례 나와 7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잘 던졌다. 시범경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첫 등판이던 13일 수원 kt전에서 4이닝 3피안타 4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두 번째 등판에서도 NC를 3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만루 위기에서 실점하지 않는 배짱을 과시했다.
양창섭은 올해 선발 로테이션에서 개막을 맞이할 유일한 신인이다. 고졸 신인 투수가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것은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후 보기 드문 광경이다. 5선발 경쟁자였지만, 우규민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사실상 4선발 역할을 맡게 됐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삼성이라 양창섭의 어깨가 더 무겁다. 물론 같은 이유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배짱이 있는 투수"라고 흡족해 하면서 "올 시즌에 꾸준히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두산 곽빈도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투수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과 선동열 국가대표 감독이 지난해 9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곽빈을 보고 "또래들 가운데 가장 돋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일본 오릭스 1군 타자들을 상대로 시속 148㎞ 강속구를 뿌려 눈길을 모았다.
시범경기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두 차례 마운드에 올라 5이닝 9피안타 5실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16일 롯데전에서 3이닝 5피안타 3실점, 20일 한화전에서 2이닝 4피안타 2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시속 140㎞ 후반의 직구와 시속 110㎞대 구속의 커브로 완급조절을 하는 모습에 상대팀 더그아웃도 탄성을 터트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공은 좋지만 제구가 조금 아쉬웠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화 왼손 박주홍도 기대를 모으는 투수다. 송진우 투수코치가 "키 작은 류현진 같다"고 평가했고, 올해 1군에서 왼손 불펜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캠프에서 송 코치에게 체인지업을 전수 받았고, 빠르게 습득했다. 시범경기 4경기에서 1⅔이닝을 던졌고 볼넷 없이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