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7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승을 달성했다. 세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이자 2014년 7월 이후 약 4년 만에 3연승이기도 하다. 평균자책점도 종전 2.86에서 1.99로 낮췄다.
시즌 처음으로 4일 휴식 뒤 등판했다. 피로감은 없었다. 오히려 올 시즌 가장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탈삼진 8개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오클랜드전부터 세 경기 8삼진 이상 솎아냈다. 메이저리그 데뷔 뒤 처음 갖는 기록이다.
다양한 변화구를 자신있게 구사한 덕분이다. 경기 초반은 커브를 앞세웠다. 1회초 테이블세터 트레이 터너와 하위 켄드릭을 커브를 결정구로 던져 땅볼과 삼진을 솎아냈다. 이닝당 2~3개를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원조' 주무기 체인지업은 3번 타자 브라이스 하퍼, 4번 라이언 짐머맨과의 승부에서 전환점이 됐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으로 활용됐다. 4회에는 맷 위터스와 윌머 디포의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 결정구였다. 두 구종 모두 타자 무릎 높이, 홈플레이트 가장자리에 꽂았다. 타자의 배트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포심 패스트볼은 변화구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류현진은 대체로 빠른 탬프로 타자를 상대했다. 인터벌도 짧았지만 변화구 뒤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한 개 높은 위치로 파고든 하이패스트볼이 돋보였다. 지난해 19홈런·장타율 0.486을 기록하며 주전을 꿰찬 마이클 테일러와의 승부에선 두 번을 모두 이 공으로 범타를 유도했다.
'신무기' 커터는 우타자에게 혼란을 줬다. 워싱턴 타선은 이날 하퍼를 제외한 8명이 우타자였다. 바깥쪽 낮은 코스 체인지업은 이미 분석된 구종. 여기에 몸쪽으로 파고 드는 커터를 던져 히팅포인트를 흔들었다. 3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 상대한 모이세스 시에라에게도 2구째를 이 구종을 구사해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경기 운영도 노련했다. 태세 전환이 빨랐다. 우선 상대 타자의 의도를 잘 간파했다. 커터를 대비하고 있는 상대 타자에게 포심이나 슬라이더를 던져 혼란을 줬다. 올 시즌 변화구 공략이 늘어난 테일러에겐 포심 패스트볼 빈도를 높였다.
경기 도중 커브 유형을 바꾸기도 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준비하며 회전수를 늘렸다. 낙폭은 줄었지만 구속이 빨라졌다. 실제로 1·2회는 고속 커브를 구사했다. 그러나 3회 1사 뒤 터너에게 이 공이 공략 당하자 이후 기존에 던지던 낙차 큰 커브를 던지며 제구력 향상을 노렸다. 이후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으로도 활용했다. 무엇보다 투구수 관리가 좋았다. 장타자 하퍼와 짐머맨을 제외하면 대체로 공격적인 투구로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90구 이내로 막아낼 수 있던 이유다.
워싱턴전은 미리 보는 챔피언십시리즈로 관심을 모았다. 두 팀 모두 5할 승률을 넘지 못했지만 여전히 지구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전력을 갖췄다. 전날(21일) 경기에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맥스 슈어저의 맞대결로 들끓었다. 커쇼가 4실점으로 무너진 다저스의 2-5 패배였다.
이날 상대 선발투수는 리그 정상급 우완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전반적으로 워싱턴의 승세가 앞섰다. 그러나 류현진이 반전을 이끌었다. 다저스의 연패를 막았고, 스트라스버그와의 승부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입지도 견고해졌다. 류현진은 현재 팀 내 최다승이자 유일하게 1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다. 다저스 선발진은 시즌 초반 불안하다. 리치 힐은 6점 대에 머물고 있고, 마에다 겐타와 알렉스 우드는 경기력이 들쑥날쑥하다. 커쇼도 3패(1승)을 기록하며 승수 추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선발로 시작한 류현진이 다저스의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