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승용(왼쪽)이 지만 4월 11일 수원전에서 강지훈이 골을 넣자 함께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내 공격 본능 여전히 살아 있죠?"
프로축구 강원 FC의 부진을 끊은 골을 터뜨린 정승용이 으스대며 말했다. 강원은 지난 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1부리그) 2018 11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5-3 역전승을 거뒀다. 강원은 2-3으로 끌려가던 후반 40분에 터진 측면 수비수 정승용의 골로 3-3 동점을 만들며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기세를 탄 강원은 마침내 후반 32분 디에고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은 제리치가 골대 정면에서 살짝 공의 방향을 바꿔 역전골과 후반 추가시간 디에고의 쐐기골이 이어지며 역전극을 완성했다. 정승용은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골키퍼가 나올 것을 예상했다.
패스를 받자마자 찍어 찼는데 완벽히 들어맞았다"면서 "수비만 하던 선수는 하지 못하는 슛"이라고 말했다.
부산 장산초 3학년 때 처음 축구화를 신은 정승용은 학창 시절 골잡이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동북고 3학년 때인 2009년 고교클럽챌린지리그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청소년 대표팀서도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일본과 8강전에선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3-2 승리를 이끈 그는 이듬해 콜롬비아 U-20 월드컵에서 당당히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10'을 달았다. 현재 최근 성인 대표팀 멤버로 활약하는 장현수(도쿄)·김진수(전북)·이종호(울산) 등이 당시 정승용과 U-20 대표팀에서 뛰었다.
FC서울 시절 정승용 /프로축구연맹
상승세는 프로 무대에서 꺾였다. 2010년 FC 서울에 입단한 정승용은 데얀·정조국 등 특급 골잡이들과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프로 첫해엔 벤치만 지켰다. 2011년엔 경남 FC에 임대돼 5경기만 뛰고 소속팀에 복귀했다. 서울에 돌아온 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시즌 동안 2경기 출전에 그쳤다. 정승용은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보니 죽도록 훈련해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포지션을 바꿨다. 10년 넘게 지켜 온 골잡이 대신 수비수가 됐다. 보직 변경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졌다. 2016년 최윤겸 당시 강원 감독이 측면 수비수로 뛰는 정승용의 가능성을 보고 영입한 것이다. 정승용은 시즌 첫 경기부터 선발로 투입됐다. 팀이 치른 44경기 중 43경기를 출전하며 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공격수 출신답게 공격 가담이 뛰어나다는 평가 속에 그해 챌린지 베스트11에도 뽑혔다. 수비수로 자리를 잡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늘 아쉬움이 있었다. 그는 "공격수 출신이다 보니 수비하면서 골을 향한 갈증이 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정승용에게 제주전 골은 한풀이가 됐다. 이날 그가 넣은 골은 프로 데뷔 이후 8년 만에 1부리그 득점으로 기록됐다. 정승용은 "참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진짜 기분이 좋더라. 8년 동안 해 보지 못한 골세리머니도 원 없이 신나게 했다"며 웃었다.
한 가지 꿈을 이룬 정승용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는 "수비는 당연히 잘하고 공격력까지 무시무시한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쌓아 팀이 내년에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