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이 '28년' 만에 월드컵에 초대받은 이집트에 '배울 점'이 있다.
이집트는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8 러시아월드컵 A조 1차전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이집트는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한 채 후반 44분 우루과이 호세 히메네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선제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졌잘싸’를 가장 잘 표현한 이집트의 아름다운 패배였다. 이집트가 패배했음에도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이유. 한 마디로 '죽도록' 뛰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우루과이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보면 우루과이는 14위, 이집트는 45위다.
게다가 월드컵 경험에서도 한참 뒤졌다. 우루과이는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월드컵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로 구성됐다. 반면 이집트는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무려 28년 만에 월드컵에 초대를 받았다. 이집트 선수들 전원 월드컵 경험이 없었다.
이런 열세인 상황에서도 이집트는 경기를 주도했다. 우루과이에 밀리지 않았다. 아나 오히려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집트 선수들이 우루과이 선수들 보다 한 발 더 뛰었기에 가능했던 경기력이었다.
우루과이는 한 발 더 뛰며 동료들과 시너지 효과를 낸 이집트의 단단한 조직력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집트의 강한 압박에 우루과이는 당황하며 제대로 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또 몸을 아끼지 않은 이집트 선수들의 '투혼'은 우루과이를 분명 압도했다.
9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한국이 배울 점이다. 현재 한국이 가장 부족한 모습이 바로 이집트가 보여준 모습이다.
이집트는 28년 동안 월드컵을 향한 간절함이 있었다. 이 간절함이 경기력과 투혼, 그리고 투지로 드러났다. 9회 연속으로 진출해 월드컵이 익숙한 한국이지만 처음 출전하는 듯한 간절함으로 무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은 스웨덴과 F조 1차전을 기다리고 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이 열세다. FIFA 랭킹에서도 한국(57위)보다 스웨덴(24위)이 한참 높다. 강호를 상대로 이집트와 같이 '죽도록 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한국에 희망은 없다.
이집트에 배울 점은 또 있다. 축구는 몇 몇 스타로 하는 것이 아니라 11명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이라는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을 최전방에 내세웠다. 하지만 스타 하나 없는 이집트 수비를 뚫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슈퍼스타들도 끈끈한 조직력 앞에서는 힘을 쓸 수 없었다. 개인기로는 한계가 있었다.
빠뜨릴 수 없는 이집트에 배울 점은 핵심 선수 이탈에 대처하는 법이다.
이집트는 '이집트의 왕자'라 불리는 간판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우루과이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당한 어깨 부상이 아직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라가 없음에도 이집트는 당당했다. 에이스의 부재는 선수들의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집트는 오히려 살라의 공백을 나머지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며 메우려는 노력들이 보였다. 살라가 없어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에이스의 공백에도 팀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은 한국이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다.
한국은 월드컵을 앞두고 권창훈(디종) 김민재(전북 현대) 김진수(전북 현대) 등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핵심 선수 부재로 흔들리기보다 남은 선수들 모두 힘을 합쳐 그들의 몫까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야 한다.
또 이집트는 월드컵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로 구성됐다. 그들이 월드컵 경험이 풍부한 우루과이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승우(베로나) 등 월드컵을 처음 경험하는 한국 선수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