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25일 잠실 넥센전에서 승리하며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86승46패. 잔여 1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2위 그룹을 추격권 밖으로 밀어냈다. 단일 리그제 기준으로 1995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정규 시즌 우승. 아울러 최근 4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에 성공하면서 '왕조'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제 2016년에 이어 2년 만이자 통산 여섯 번째 KS 우승에 도전한다.
압도적인 독주로 끝난 두산의 올해 정규 시즌을 숫자(기록은 25일 기준)로 돌아봤다.
2(외국인 타자 홈런)
올 시즌 두산의 외국인 타자 농사는 흉작이다. 외인 타자가 때려 낸 홈런이 총 2개다. 개막전을 함께한 지미 피레디스가 1개, 파레디스 퇴출 이후 영입한 스캇 반슬라이크가 1개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팀 홈런 178개 중 1.1%에 불과하다. 경쟁팀 선수 제이미 로맥(SK·40홈런) 제러드 호잉(한화·29홈런) 등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그러나 국내 선수들이 외인 타자의 공백을 채웠다. 무려 타자 7명이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20홈런 타자만 4명(김재환·오재일·최주환·양의지)이었다. 상·하위타선 구분 없이 터졌다.
4(시즌 최다 연패)
연패가 유독 짧았다. 시즌 최다 연패가 4연패(7월 24~27일). 린드블럼과 후랭코프가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해 주면서 5연패 이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4연패를 했을 때 바로 5연승을 달렸다. 지난 6월에는 2000년 이후 18년 만에 10연승으로 구단 역대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김태형 감독은 우승 이후 "슬럼프가 와서 무너진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7(3할 이상 기록한 타자)
7명이 규정타석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타고투저 양상이 뚜렷한 KBO 리그에서 화끈한 타력으로 불을 붙였다. 팀 타율은 0.309로 1위. 리그 평균 타율(0.286)보다 2푼 이상 높다. 지난해 KIA가 수립한 0.302를 뛰어넘어 역대 단일 시즌 최고 팀 타율이 가시권에 있다.
13(시즌 LG전 승리)
올해 삼성(12승4패) 롯데(12승3패) NC(11승4패) 등을 상대로 압도했다. 특히 잠실구장을 함께 홈으로 사용하는 LG전 성적이 극강에 가까웠다. 시즌 13번(잔여 3경기 남음)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지난해 성적을 더할 경우 맞대결 15연승.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했을 때 기록한 86승 중 15.1%를 LG전에서 올렸다. LG전 시즌 팀 타율이 0.351로 1위, 팀 평균자책점도 4.13으로 1위. 질 수 없는 경기를 했다.
33(외국인 투수 합작 승리)
타자와 달리 외국인 투수는 풍년에 가까웠다. 팀에 새롭게 합류한 조쉬 린드블럼(15승4패 평균자책점 2.88)과 세스 후랭코프(18승3패 평균자책점 3.74)가 나란히 15승 이상을 거뒀다. '터줏대감' 더스틴 니퍼트(kt)와 결별하고, 마이클 보우덴과 재계약을 포기한 과감한 선택이 통했다. 특히 후랭코프의 활약이 기대 이상. KBO 리그 데뷔 이후 13연승을 달렸다. 종전 외국인 선수 기록인 2017년 제프 맨쉽(당시 NC)의 8연승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국내 선수를 포함했을 땐 1992년 오봉옥과 타이. 그만큼 임팩트가 강했다.
39(시즌 팀 세이브)
시즌 초반 뒷문이 불안했다. 개막전 마무리 김강률이 흔들렸다. 지난 4월 10일까지 평균자책점이 10.38로 바닥을 쳤다. 위기 상황에서 배턴을 이어받은 선수가 함덕주. 그리고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함덕주는 무려 26세이브를 기록해 이현승과 윤석환(이상 25세이브)이 갖고 있던 구단 왼손 투수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 치웠다. 두산은 함덕주의 활약 덕분에 구단 세이브가 39개로 리그 1위. 역전패가 21회로 가장 적었다.
42(시즌 역전승)
역전승이 42회로 리그 1위다. 이 부문 최하위 SK와 삼성(이상 28승)보다 무려 14승이 더 많다. 경기 중·후반 집중력이 대단하다. 4~6회 타율이 0.324로 리그 1위. 7~9회 타율은 0.311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3할대다. 7~9회 득점권으로 범위를 더 좁히면 타율은 0.361. 박건우와 김재환, 양의지가 이 상황에서 타율 4할 이상을 기록했다. 9회 때려 낸 팀 홈런이 21개로 리그 1위. 상대편 마무리 투수 입장에선 두산의 뒷심은 말 그대로 위협적이었다.
43(김재환의 홈런)
중심타자가 확실했다. 4번 타자 김재환은 지난 22일 마산 NC전에서 시즌 43호 홈런을 터뜨렸다. 1998년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가 기록한 42개를 뛰어넘는 구단 신기록.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홈런 페이스에 거침이 없다. 김태형 감독이 "대단한 선수"라고 극찬했을 정도. 아울러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한 25일 넥센전에선 시즌 100득점까지 넘어서 KBO 리그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30홈런-100타점-100득점을 달성했다.
66(퀄리티스타트 횟수)
선발진이 최소한의 몫을 해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66회로 리그 1위. 유희관(9승8패 평균자책점 6.97)과 장원준(3승6패 평균자책점 9.94)이 부진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 2명이 선발진을 이끌었다.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전환한 이용찬도 1군 데뷔 이후 개인 최다인 14승을 거두며 확실한 1승 카드로 떠올랐다. 여기에 스윙맨 이영하도 힘을 보탰다. 두산은 선발이 퀄리티스타트를 한 경기 승률이 무려 0.879(58승8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