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58)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2020년 도쿄 올림픽 1차 예선을 겸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까다로운 대진표를 받아들었다. 김학범호는 7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AFC 하우스에서 열린 '2020 태국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조추첨에서 호주· 캄보디아· 대만과 함께 H조에 편성됐다. 김학범호는 조 추첨 결과에 따라 내년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캄보디아에서 세 팀과 리그전을 치르게 됐다.
'혹시나' 했던 거스 히딩크(72) 감독과 맞대결은 일단 뒤로 미뤄졌지만, 대신 한층 까다로운 적인 호주와 한 조에 묶여 험난한 일정이 예상된다. 조 1위 본선 진출을 노리는 김학범호 입장에선 무조건 호주를 꺾어야 한다. 만약 호주에 지고 조 2위가 된다면 다른 조 결과를 지켜봐야 본선 진출 여부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호주가 한국, 일본, 이란 등과 함께 자타공인 아시아 축구의 강호로 손꼽히는 팀이란 점이다. AFC가 2018년 대회 성적에 따라 시드를 배정하면서 지난 대회 4강 진출팀인 한국은 베트남, 일본, 북한, 말레이시아와 함께 1번 시드를 받았지만, 부진했던 호주가 2번 시드를 받은 탓에 하필이면 한국과 같은 조가 되는 불운이 벌어졌다. 조 추첨 결과를 전해들은 김 감독도 "호주는 안 걸렸으면 하는 팀이었는데 우리 조에 들어왔다"며 "조 2위는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1위를 고수하기 위해 매 경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추첨 결과는 최악에 가깝지만, 김학범호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 9월 끝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금메달로 마무리하며 완벽한 상승세를 탔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은 김 감독과 코칭 스태프는 다음 무대인 2020 도쿄 올림픽을 위해 일찌감치 U-23 챔피언십을 준비해왔다. 지난 달 대학생 유망주들을 파주 NFC로 불러들여 1, 2차에 걸쳐 공개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 감독은 "어느 경기 하나 쉽게 생각할 수 없다. 매 경기 100% 힘을 쏟아야 하기에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한국과 맞대결 성사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히딩크 감독의 중국은 상대적으로 약체인 말레이시아· 라오스· 필리핀과 J조에 편성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좀처럼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중국은 히딩크 감독을 영입, '축구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쌀딩크' 박항서(59)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은 K조에서 태국,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 팀들과 겨룬다.
이번 대회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20팀과 서아시아 24팀, 총 44개 팀이 참가한다. 동아시아에선 4개 팀씩 총 5개 조, 서아시아는 4개 팀씩 6개 조로 구성돼 2020년 1월 8일부터 26일까지 태국에서 열리는 U-23 챔피언십 본선 티켓을 다툰다. 대회 성적과 관계 없이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진출이 확정된 태국을 포함해 각 조 1위 11개 팀과 각 조 2위 중 성적이 좋은 4개국 등 총 16개 팀만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해 열리는 본선에서는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상위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행 티켓을 가져올 수 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20 태국 AFC U-23 챔피언십 조 추첨 결과
서아시아 6개 조 A조=카타르, 오만, 네팔, 아프가니스탄 B조=팔레스타인, 바레인,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C조=이라크,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예멘 D조=사우디아라비아, UAE, 레바논, 몰디브 E조=요르단, 시리아, 키르기스스탄, 쿠웨이트 F조=*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동아시아 5개 조 G조=북한, 홍콩, 싱가포르, 몽골 H조=한국, 호주, 캄보디아, 대만 I조=일본, 미얀마, 동티모르, 마카오 J조=말레이시아, 중국, 라오스, 필리핀 K조=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브루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