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은 사연이 꽤 많은 선수다. 천안북중을 졸업한 뒤 일본 미야자키 나치난학원으로 2년간 ‘야구 유학’을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와 천안북일고를 졸업했고, 2009년 3월에는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넜다.
그러나 빅리거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013년 6월 귀국했다. 미국 진출 이후 받은 오른어깨 슬랩 수술 여파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고, 경기도 용인 서천중학교에서 행정 업무를 보며 '2년 유예기간'을 채웠다. 이어 2015년 8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SK 지명(전체 86순위)을 받고 KBO 리그에 발을 내디뎠다.
출발은 '미생'에 가까웠다. 지명 순위에서 알 수 있듯이 기대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타율 0.336(143타수 48안타)로 가능성을 보이더니 지난해 홈런 22개를 때려 냈다. 올 시즌에는 타율과 출루율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홈런 27개를 기록했다. 잠실구장에서 장외홈런을 터뜨릴 정도로 힘 하나는 장사였다. 지난 7일 단행된 삼각 트레이드에 포함돼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18시즌 팀 홈런 9위에 머문 삼성은 장타자가 부족한 팀 상황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카드로 김동엽을 선택했다. 그는 "정말 잘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 팀을 옮기는 소감은. "소식을 듣고 얼떨떨했다. 뭐랄까, 머리가 띵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곧 가라앉았다. 손차훈 단장님과 염경엽 감독님께서 '너한테 기회가 될 거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 예상하지 못했나. "트레이드하기 전날, 단장님께서 늦은 시간에 만나자고 하시더라. 낌새가 없었다. 다만, 연봉 협상을 하려고 늦은 시간에 카페에서 보자고 하는 건 아닐 듯해서 그런 내용(트레이드)을 전달하는 것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으면 놀랐을 텐데 언질을 주셨다."
- 이제 새 출발을 앞두게 됐다. "설렌다. 다른 팀에 간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조금 우울했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으니까 (앞으로) 기대된다. 삼성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김한수 감독님도 전화 통화에서 '야구는 어디서 하나 똑같다'며 몸을 잘 만들어서 잘해 보자고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 삼성에선 지명타자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타격 성적이 올라갈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믿고 써 주신다면 거기에 맞는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여러 가지 의미로 내게 좋은 방향으로 판이 깔린 것 같다."
- 직접 뛰어 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어땠나. "괜찮았다. 공도 잘 보였고 좋게 생각했다. 빨리 내년 시즌이 왔으면 좋겠다. 삼성 유니폼을 처음 입을 때가 기대된다. 강민호 선배도 직접 전화를 주셔서 '열심히 잘해 보자'고 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 정말 잘하고 싶다."
- 시즌 이후 마무리 훈련까지 다녀왔는데. "수비 훈련에 집중했다. 열심히 하면서 자신감을 찾은 보람찬 훈련이었다. 그래서 (마무리 훈련까지 잘 마친 상황에서) 트레이드 소식을 들고 조금 방황했던 것 같다."
- 미국에서 받은 어깨 수술 여파로 송구할 때 아쉬운 장면을 보여 주기도 했는데. "마무리 훈련에서 많이 던지고 왔다. 마음이 편하니까 공도 잘 날아가더라. 코치님들도 좋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 있게 하고 왔다.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깨가 아플 수 있다는) 심리적 부분이 큰데, 자신감은 찾았다."
- SK에서 '선수' 김동엽이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처음 입단했을 때 정말 쟁쟁한 외야수가 많았다. 조동화 코치님과 박재상 코치님, (김)강민이 형 (정)의윤이 형 (이)명기 형 등 그때 솔직히 암울했다. 그런데 경쟁을 통해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성장의 바탕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작년에도 시즌을 시작할 때 외야수가 많으니까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올해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