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와 4년 125억원에 사인한 포수 양의지, 원소속구단 SK에 남은 내야수 최정과 포수 이재원, 가장 먼저 원소속팀 NC에 잔류한 모창민만이 지난해 12월 계약 소식을 전했다. 미계약자 가운데선 베테랑 외야수 박용택이 원소속구단 LG와 계약기간 및 몸값 합의만을 남겨 놓은 상태다. 남은 선수 10명은 새해가 열흘이나 지난 시점에 여전히 오도 가도 못한 채 줄다리기 중이다.
이름 없는 선수들도 아니다. 윤성환·노경은·이보근·금민철(이상 투수) 송광민·김민성·김상수·박경수(이상 내야수) 이용규·최진행(이상 외야수)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각자 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던 선수들이다. FA 자격을 얻고도 권리 행사를 포기하기에는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위치다. 이용규 같은 경우에는 지난해 말 이미 FA 자격을 채우고도 더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 1년을 기다렸다.
문제는 시장 상황과 각 팀의 분위기다. 특급 FA에게만 큰돈이 몰리고, 준척급 FA에게는 좀처럼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FA 보상선수 규정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데다 시장에 나온 선수 대부분이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하긴 어려운 베테랑급이라는 이유도 있다. 오래전부터 FA 등급제 도입과 보상 규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아직 제도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적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남은 FA 선수들에게 현실적으로 최상의 대안은 '원소속팀 잔류'다. 선수 대부분도 잔류를 1순위에 놓고 협상하고 있다. "다음 주 초를 기점으로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단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용규·송광민·최진행 등 내부 FA 3명과 협상해야 하는 한화는 본격적으로 세 선수의 에이전트들과 연락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선수들과 구단이 날이 선 채 대립하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구단과 선수가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다 보니 금액과 조건을 두고 온도 차가 있을 뿐"이라며 "이용규와 송광민은 현재 해외에서 개인 훈련 중이다. 다음 주 안에 선수들의 에이전트를 만나 다시 얘기를 나눠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모기업 지원 없이 자생해야 하는 구단의 특성상 매년 FA 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넥센도 김민성 측과 이보근 측을 꾸준히 만나고 있다. FA 계약보다 젊은 유망주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단 운영 방침은 변함없지만, 두 선수의 입장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구단들이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데 동의하지만, 선수가 원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부분에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백기 투항을 하거나 납득할 만한 접점을 찾기 전까지, 계속 눈치 싸움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스프링캠프가 시작하는 2월 1일 전까지 계약을 마치겠다"는 입장. 예년보다 1월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도 계약이 늦어지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