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 자양분이 되는 시기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선수들 얘기다. 저마다 상황 속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하고 있다.
데뷔 1·2년 차 신인급 선수를 향한 관심이 예년보다 커졌다. 2017시즌 이정후(키움) 2018시즌 강백호(Kkt)가 입단 1년 차부터 소속팀의 주축 선수로 거듭나며 활약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 대거 프로 무대에 입성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스타 등장이 절실한 리그 현실과 맞물렸다.
데뷔 2주 만에 존재감을 인정받은 선수도 있다. kt 우완 불펜 투수 손동현(18)은 엄상백이 부진하며 헐거워진 필승조 역할을 해내고 있다. LG 우완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20)은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NC 2년 차 좌완 투수 김영규, KIA 신인 좌완 김기훈(19)은 이미 선발진 한 자리를 맡았다. 한화 내야수 노시환(19)은 꾸준히 선발 출장 기회를 얻고 있다.
몇몇 선수는 의미 있는 첫발도 내디뎠다. 노시환은 지난 5일 사직 롯데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쳤다. 상대 선발 김원중의 직구를 공략해 비거리 125m 타구를 생산했다. 거포 내야수 기대주다운 호쾌한 스윙이었다. 6일 경기에서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1루수로 옮겼고, 포수 최재훈이 파울 타구에 부상당하자 포수 마스크까지 썼다. 돌발 상황에서 사령탑은 노시환의 운동 능력을 믿었다. 이미 프로 무대에 녹아든 모양새다.
손동현도 일곱 경기 만에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지난 7일 수원 LG전에서 소속팀 선발 이대은이 흔들리자 구원 등판했다. 5회초 무사 1루에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6회는 만루 위기에서 병살타를 유도했다. 2-3으로 뒤지던 kt는 5회말 터진 박경수의 투런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불펜진이 리드를 지켜 내며 승리했다. 손동현이 승리투수가 됐다. 이미 3월 30일 KIA전에서 첫 홀드까지 기록했다.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록을 쌓고 있다.
김영규는 데뷔전이던 3월 27일 kt전에서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7일 두산전에서도 5이닝을 2점으로 막아 냈다. NC가 창단 처음으로 두산 원정에서 시리즈 스윕을 해낸 경기에서 승리투수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2년 차지만 신인왕 후보 요건을 갖추고 있는 선수다.
롯데 1차 지명투수 서준원(19)과 두산 1차 지명 외야수 김대한(19)은 프로 무대의 높은 벽을 먼저 실감했다. 서준원은 3월 30일 LG전에서 2이닝을 피안타 없이 막아 내며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양상문 감독은 그를 박빙 상황에서도 활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인천 SK전에서 역전패 빌미가 된 투런포를 허용했다. 다음 등판이던 6일 한화전에서도 실점했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던 김대한은 지난 7일 NC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삼성 1차 지명투수 원태인도 선발 수업을 받기 위해 2군으로 향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현재 페이스는 언제든 꺾이거나 반등할 수 있다.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무엇보다 신인급 선수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 자체가 리그에 활력을 준다. 신인왕 경쟁도 기대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