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오재일이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 10일부터 시작된 NC와의 원정 3연전 중 첫 2경기에서 8타수 7안타(3홈런) 8타점을 몰아쳤다. 시즌 타율은 여전히 0.228(114타수 26안타)로 낮다. 그러나 10경기 타율은 0.314(35타수 11안타)로 회복세가 완연하다.
오재일이 궤도에 오르면서 김태형 감독은 걱정을 덜었다. 페르난데스가 1루를 맡을 필요가 없어졌다. 페르난데스는 오재일이 타격 부진 여파로 1군에서 제외된 4월 7일부터 5경기 연속 지명타자가 아닌 선발 1루수로 출전했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에 타율이 0.263(19타수 5안타)로 부진했다. 개막 후 4할에 육박하는 타율 0.396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했지만 1루 수비에 투입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페르난데스는 4월 19일 오재일이 1군에 재등록 뒤에도 2경기 선발 1루수로 나섰다. 그러나 총 7타수 1안타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어떤 선수는 수비를 나가야 잘 치는 선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페르난데스에 대해 "수비를 하면서 타격을 하는 것보다 지명타자를 하면 체력적으로 좀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성적이 말해준다. 페르난데스의 시즌 타율은 0.361(166타수 60안타)이다. 지명타자로 출전했을 때 타율은 0.386(140타수 54안타). 그러나 1루수를 맡을 때는 타율이 0.231(26타수 6안타)로 크게 떨어진다. 장타율(0.636→0.385)과 출루율(0.453→0.310)의 차이도 크다. 지명타자로 출전한 10일과 11일 창원 NC전에서는 10타수 5안타 2홈런 9타점을 쓸어 담았다. 수비를 맡기지 않고 공격에만 전념하는 게 낫다.
오재일의 반등이 중요한 이유다. 오재일이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페르난데스가 1루를 맡아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재일이 폭발했다. 절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페르난데스가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두산 입장에선 호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