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홈쇼핑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턱걸이'한 뒤 사상 초유의 방송 송출 중단 사고는 물론이고 각종 비리, 적자 누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4년 이후 실시되는 재심사에서는 공영홈쇼핑을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유주가 정부이고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판매한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줄 순 없다는 것이다.
끝없이 터지는 사건·사고…'종합문제 홈쇼핑' 오명
공영홈쇼핑은 지난 7일 '부당 지분 투자 관련 임직원 주식거래 행위'로 적발된 임직원 27명을 감봉 1개월에서 정직 7개월까지 중징계 조치했다고 밝혔다.
사연은 이렇다. 백수오 제품을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은 2017년 7월 공영홈쇼핑에서 '백수오궁' 판매를 시작했다.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방송 이후 3배 가까이 폭등했다. 당시 공영홈쇼핑 임직원들은 '백수오궁 판매 계획' 미공개 정보를 미리 입수한 뒤 첫 판매 방송 전에 관련 주식 5억원가량을 사들였고, 4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공영홈쇼핑은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내츄럴엔도텍 주식거래에 가담한 임직원은 총 27명으로 누적 거래 금액은 20억원가량으로 나타났다.
채용 비리 문제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10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의뢰를 받아 전 공영홈쇼핑 설립추진단장 A씨와 인사책임자 D씨의 업무방해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공영홈쇼핑은 2015년 설립 당시 최대주주이자 설립추진단장이었던 전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 A씨의 아들 B씨 등 6명을 단기계약직원으로 뽑았다가 면접 없이 '채용형 인턴사원'으로 전환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 중 한 여성 응시자는 인적성 검사에서 탈락했는데 인턴사원으로 전환됐다.
이런 공영홈쇼핑의 부정 인사 의혹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1월 "공영홈쇼핑 인사 비리를 전수 조사해서 엄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직원 340명 중 88명 정도가 부정 청탁 인사"라며 "대표와 감사와 실장 등 간부 직원들은 낙하산 인사인 데다, 전문성 없는 이들이 평생 일해 온 직원들을 면직하고 부당 징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건도 벌어졌다.
공영홈쇼핑은 지난 17일 오후 7시20분부터 8시15분까지 전력 문제가 발생하면서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그러나 나흘 이후인 21일에도 또다시 생방송 송출이 중단되면서 도마에 올랐다.
이밖에 자사가 판매한 베개에서 라돈 성분이 검출되자 논란을 우려해 먼저 리콜 조처를 했다가 손실금을 떠안을 처지에 몰렸다.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공영홈쇼핑은 2015년 이후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5년 이후 당기순손실은 4년간 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설립 자본금 8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올해도 약 5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공영홈쇼핑의 자본 잠식을 우려하는 지경이다. 만약 공영홈쇼핑이 무너지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
2023년 재심사…나라가 주인이라고 '방치'해야 하나
업계는 4년 이후 있을 재승인 심사에서는 공영홈쇼핑에 분명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승인 심사에서 1000점 만점에 722.78점을 받으면서 5년간 재승인에 성공했다. 2023년 4월까지는 지금 상태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공영홈쇼핑과 비슷한 시기에 재승인 심사를 가까스로 넘긴 롯데홈쇼핑(668.73점)보다 50점가량 더 받았다. 하지만 공영홈쇼핑이 롯데홈쇼핑보다 월등한 평가를 받은 분야는 사실상 '공정거래 및 중소기업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 정도다.
공영홈쇼핑은 태생 자체가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유통하는 곳이다. 당시 재승인추진단을 발족하는 등 만전을 기한 것을 비춰 볼 때 좋은 성적이 아니었다.
공영홈쇼핑의 지속되는 사건·사고, 비위 행위의 이유는 방만한 경영 구조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공영홈쇼핑은 사실상 소유주가 중기부다. 현재 공영홈쇼핑의 지분 50%는 중기부가100% 소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불공정 주식거래 등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경영 논란이 불거져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업계는 나라가 공영홈쇼핑의 주인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재승인 심사 탈락은 없다'는 안일한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채널들은 벌점 1점만 받아도 적극적으로 소명하는 분위기"라면서 "(잡음이 많은) 공영홈쇼핑은 일반 업계와는 (생각이나 구조가) 다른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 기업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도 벌어진다. 만약 공영홈쇼핑이 민간 기업이었다면 재승인해 줄까"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의 경우 지난해 3년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는데 공영홈쇼핑은 5년이나 받았다. 지난해 추가된 평가 항목인 '공정거래 및 중소기업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 덕이 컸다"며 "5년 이후 재승인 심사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