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은 김기태(50) 감독은 시즌 초부터 '슬픈 이별'을 마음 속에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했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초반 취재진과 만남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올 시즌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자신의 거취를 염두에 두고 한 얘기로 들렸다.
김기태 감독은 16일 광주 kt전을 앞두고 취재진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날 경기를 끝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하루 아침에 사퇴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2017년에 통합 우승을 이끌었으나 지난해 5위를 차지해, 가까스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올해에는 15일 현재 13승29패1무로 최하위에 처져 해태 시절을 포함해 타이거즈 역사상 가장 낮은 승률 위기에 빠져 있다.
사령탑으로서 당연히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구단은 김 감독의 사퇴와 관련한 질문에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다만 최근 최하위에 처져 김 감독의 성적 스트레스가 상당히 컸음을 시사했다. 김 감독은 패배에 대해 늘 "감독의 책임이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출발부터 어두웠다. 스프링캠프에서 윤석민과 이범호, 한승혁, 김세현 등 베테랑이 부상으로 중도 귀국했다. 윤석민은 투수, 이범호는 야수 최고참이다. 담배를 잠시 끊었지만 캠프에서 줄담배를 피우기까지 했다. 스프링캠프 평가전, 시범경기 모두 성적이 신통치 않았고 개막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베테랑의 연이은 부상과 부진으로 '강제 리빌딩'이 진행될 정도였다.
우승을 차지한 2년 전과 비교하면 입지도 점차 좁아졌다. 지난해 임창용의 방출 과정에서 선수와 마찰을 빚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더욱 곤경에 빠졌다. 그러자 일부 팬들은 김기태 감독 퇴진 시위까지 벌였다.
이를 뒤집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팀 성적이다. 그러나 팀 성적은 더욱 아래로 곤두박질 쳤고, 이에 김기태 감독을 둘러싼 여론은 더욱 안 좋았다.
김기태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3월 "작년부터 (나를 둘러싸고) 안 좋다. 올 시즌 성적이 안 좋으면 (그런 여론이) 더 안 좋을 것이다"고 했다.
결국 KIA의 계속되는 추락에 김기태 감독은 계약 기간을 1년 6개월여 남겨두고 자진 사퇴를 결심했다.
그는 구단을 통해 "팀을 위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팬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다. 그동안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던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끝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