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전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대체 외인 영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경기력뿐 아니라 구단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재평가도 교체 대상으로 여겼던 선수의 경기력에 기대야 하는 처지다.
롯데 외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31)와 제이크 톰슨(25)은 지난주까지 각각 2승을 거뒀다. 10구단 가운데 외인 투수 합계 승수가 가장 적다. 해외 스카우트팀은 이미 바쁘게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서 톰슨이 5월25일 사직 LG전 등판을 마치고 오른쪽 이두근 염좌 진단을 받았다. 경기 기복이 큰 투수였기에 교체 적기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전부터 각 구단 영입 리스트 1순위에 올라 있던 헨리 소사(34)에 관심이 모였다.
롯데는 소사 영입에 근접한 구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소사의 행선지는 올 시즌 리그 2강 한 축인 SK였다.
협상력에서 패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체 외인 몸값은 영입 시기 기준으로 상한액(60만 달러)이 있다. 세금 문제도 비슷하게 접근했을 것이다. 소사가 개정된 외국인 종합소득세법으로 인해 KBO리그 잔류를 포기했고, 체납액까지 있다는 사실을 구단이 모를 리 없다. 맞춰 준다. 몸값 조건은 경쟁력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적극성이 결과를 갈랐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어떤 구단이 선수와 먼저 접촉했는지 여부는 무의미하다. 구체적인 영입 의사와 조건, 비전 제시가 이뤄졌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선수의 개인 선호도도 큰 영향을 미친다.
롯데는 "관심 선수를 향한 스카우트 파견은 통상적인 절차다"며 사전에 선수와 접촉한 의미를 설명했다. 톰슨뿐 아니라 다른 두 외인 교체 여부도 명확하게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구단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구단이 더 빨리 의사 선택을 했다는 얘기다. 입장과 정황을 두루 감안하면 롯데의 소사 영입전은 실패로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비난이 거세다. 이유는 있다. 일단 톰슨의 부상은 다른 팀에서도 주목하고 대응을 하는데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 시점에서는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했다. 최소한 최초 영입 유력설이 불거진 뒤, 구단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했다. "물망에 있는 선수다"는 통상적인 대응뿐이었다.
영입 기대감이 유지됐고, 이내 실망감으로 변했다. 행정력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리그 1위 SK가 대권을 노리기 위해 수준급 투수를 방출하는 결단을 내렸기에 비교가 되기도 했다. 롯데는 SK보다 전력 보강이 절실한 리그 최하위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포수를 놓치고, 대어 FA(프리에이전트) 영입 기회도 잡지 못하며 쌓인 행정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재차 표출됐다. 구단의 육성 방침이 틀린 게 아니다. 거듭 돌아오지 않은 메아리에 답답한 롯데팬의 심정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롯데의 주저는 소사의 역량이 아닌 기존 선수에 대한 미련으로 볼 수 있다. 행보를 짚어보면 톰슨의 반등에 기대감이 없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두근 부상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공백이 길지 않을 전망이다. 변화구 포구에 안정감을 갖춘 포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이전보다 안정감도 생겼다.
부상 복귀전과 이후 안착 여부에 따라 롯데의 선택은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 톰슨이 연착륙을 한다면 외인 교체에 대한 운신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롯데의 소사 영입전은 신중한 결단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방출 대상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처지는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