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프로야구 퓨처스 리그(2군) 경찰청과 두산의 경기가 열린 경기도 고양 경찰야구장. 야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안타깝다”와 “섭섭하다”고 말했다. 14년간 프로야구 퓨처스(2군) 리그에서 활동했던 경찰 야구단이 마지막 홈경기에 출전한 날이었다. 군 생활을 하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경찰 야구단은 다음 달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005년 12월 1일 창단한 경찰 야구단은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이다. 당시 KBO는 젊은 선수들이 야구를 중단하거나 그만두는 걸 막기 위해 경찰청 야구단 창단을 추진했다. KBO는 해마다 운영비(연평균 약 15억원)를 지원했고, 2006시즌부터 2군 리그에 참가했다. 2009년부터 팀을 이끌어 온 유승안 경찰 야구단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군 복무로 인해 2년의 공백은 매우 크다. 이곳을 거쳐 성공한 선수들만 봐도 경찰 야구단이 얼마나 야구 발전에 기여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의 말대로 경찰 야구단은 프로야구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최형우(KIA)·손승락·민병헌(이상 롯데)·양의지·원종현(이상 NC)·우규민(삼성)·허경민·정수빈·장원준(두산)·최재훈(한화)·이대은(KT) 등이 경찰 야구단 출신이다. 특히 최형우는 경찰청이 배출한 최고 스타다. 삼성에서 방출됐던 포수 최형우는 경찰청에서 위치를 외야수로 바꿨다. 그리고 2군 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삼성에 재입단했다. 이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성장했다.
지난해 FA 최대어 양의지도 마찬가지다. 2006년 드래프트에서 양의지를 지명한 두산은 가능성을 엿봤다. 그러나 홍성흔이란 주전 포수가 있었기 때문에 양의지를 2007년 경찰청에 보냈다. 양의지는 꾸준히 2군 리그에 출전하며 기량을 갈고닦았다. 전역 이후 양의지는 두산의 안방마님을 뛰어넘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가 됐다. 유승안 감독은 “여기를 거쳐 나간 선수가 200명이 넘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경찰 야구단은 곧 문을 닫는다. 7월 10일 충남 서산에서 열리는 한화 2군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팀을 해체하기로 했다. 현재 입대한 선수들이 전역하는 8월엔 해단의 길을 밟는다. 정부의 의무경찰 축소 및 폐지(2022년 예정) 계획 때문이다. KBO와 야구계는 경찰 야구단 존속 및 기간 연장을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병역의 의무가 중요하고 형평성이 중요하다는 건 공감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기량 유지란 측면에서 경찰 야구단에 사라지는 건 야구계의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포수 김태군은 "아직 경기들이 남아 있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다른 병사들처럼 우리 위치에서 최선을 다 했다. 물론 야구를 계속할 수 있어 감사했다. 그래서 (해단이) 아쉽다"고 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31경기에서 10홈런을 친 이성규는 "이 곳에서 더 발전할 수 있었다. 야구 뿐 아니라 생활까지 같이 하기 때문에 정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 경기를 하게 되면 아쉬울 것 같다"고 했다. 국군체육부대(32명)를 제외하면 현역 입대를 해야만 한다. 이한진 투수코치는 "지난해 여기서 기량을 쌓은 박진우(NC)가 올해 1군에서 잘 해 기뻤다. 그런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길 곳이 줄어드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