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이저리그에선 두 명의 2세 선수가 눈길을 끈다. 페르난도 타티스(44)의 아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0·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블라디미르 게레로(44)의 아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0·토론토 블루제이스)다. 국내 팬들은 이름 앞글자를 따 ‘페타주’와 ‘블게주’라고 부른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메이저리거 아버지를 둔 동갑내기인 이들은 ‘미래의 스타’다.
‘페타주’의 아버지 타티스는 2010년까지 11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65, 113홈런을 기록했다. 평범한 내야수지만 국내 팬들은 그의 이름을 또렷이 기억한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던 1999년 4월 24일, 그는 LA 다저스를 상대로 한 이닝에 두 번이나 만루홈런을 쳤다. 상대 투수가 바로 박찬호(46)였다. 타티스는 ‘한만두(한 이닝 만루홈런 두 개)’ 20주년을 기념해 4월 24일 부시스타디움을 찾기도 했다.
타티스 집안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타티스의 아버지 시니어는 1969년부터 10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 빅리그엔 가지 못했다. 아들이 대신 꿈을 이뤘다. 타티스가 은퇴하고 5년이 지난 2015년, 아들 ‘페타주’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입단했다. 유격수인 타티스 주니어는 아버지(키 1m80㎝·83㎏)보다 체격(1m90㎝·83㎏)이 더 좋다. 신인 유망주 순위인 베이스볼 아메리카(BA) 랭킹 2위이고, 개막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타티스 주니어는 빅리그에 빨리 적응했다. 17경기 만에 홈런 5개를 쳤고, 수비도 합격점을 받았다. 햄스트링을 다쳐 한 달가량 빠졌지만, 돌아오자 다시 주전 유격수다. 시즌 기록은 타율 0.337(181타수 61안타), 11홈런·28타점·12도루(2일 현재)다.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 알렉스 버두고(LA 다저스) 등과 신인왕 타이틀을 다툰다.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2000년대를 풍미한 수퍼스타다. 16시즌(1996~2011년) 동안 2147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318, 2590안타·449홈런·181도루를 기록했다. 우익수였던 게레로는 강한 어깨를 뽐냈고, 2년 연속 30홈런-30도루(2001, 02년)도 기록했다. 2004년엔 아메리칸리그 MVP도 차지했다. 팔이 길기로 유명했던 게레로는 ‘배드볼 히터(나쁜 공을 잘 치는 선수)’였다. 원바운드성 공을걷어 올려 담장까지 보낸 일도 있다. 은퇴 후 92.89%의 높은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도 입회했다. 현역 시절 박찬호는 “배리 본즈보다 게레로가 더 상대하기 힘든 타자”라고 말했다.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보다 체격이 작고, 힘도 약하다. 맨손으로 방망이를 잡던 아버지와 달리 배팅 장갑도 낀다. 스타일도 다르다. 공·수·주에 모두 능한 외야수였던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타격에 무게가 쏠린 3루수다. 스카우팅 리포트(최저 20, 최고 80)에서 주루와 수비, 송구 능력의 경우 40~50점대였다. 대신 공을 잘 보고 때린다. 스카우팅 리포트 정확도 80점, 파워 70점이다.
2017년 게레로 주니어는 상위 싱글A에서 단숨에 트리플A까지 올라갔다. 95경기 성적은 타율 0.381·20홈런이다. BA 랭킹에선 ‘페타주’를 제치고 1위였다. 지난 4월,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보다 1년 일찍 빅리그에 입성했다. 47경기에 출전한 현재 타율 0.250(206타수 52안타), 8홈런·23타점이다.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블게주는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출전한다. 역대 최연소 기록(20세 114일)이다. 아버지 게레로는 2007년 홈런 더비 우승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