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 '주장' 홍재민(18·3학년)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을 모아 "대통령배 대회에서 '일 한 번 내보자'"라고 주문했다. 지금까지 부산고는 그 기세를 쭉 이어오고 있다.
부산고는 28일 충북 청주 야구장에서 열린 제53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16강전에서 원주고에 6-1, 7회 강우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2년 연속 대회 8강에 진출한 부산고는 세광고-강릉고의 승자와 30일 준결승 티켓을 놓고 다툰다.
부산고는 이날 안타 수에서 원주고에 6-9로 뒤졌으나 0-0 동점이던 3회 2사 후 6타자 연속 출루하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이겼다. 2년 연속 대통령배 8강 진출을 이끈 김성현(56) 부산고 감독은 "마음을 비우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장' 홍재민이 팀 승리에 앞장 섰다. 1번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결승타를 포함해, 2타수 2안타(2루타 2개) 3타점 1볼넷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1회 볼넷으로 출루한 홍재민은 3회초 2사 2루에서 우익선상을 빠져나가는 결승 1타점 2루타를 쳤다. 원주고는 에이스 하영진을 급하게 마운드에 올렸지만, 부산고는 이후에도 2~5번타자 연속 안타로 단숨에 4-0을 만들며 승기를 잡았다. 홍재민은 4-0으로 앞선 4회초 1사 1, 2루에서도 우중간을 가르는 쐐기 2타점 2루타를 뽑았다. 그는 "주장을 맡고 있어 플레이를 비롯해 항상 팀이 우선이다. 타점 찬스를 잘 살려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웃었다.
홍재민이 동료, 후배들을 모아 "일 한 번 내보자"고 한 것은 대통령배 대회와 부산고의 인연을 익히 알고 있어서다. 부산고는 경북고·광주일고와 함께 대회 최다 우승(6회)을 차지했을 만큼 대통령배와 인연이 깊다. 1999년과 2000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37)가 2년 연속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며 부산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18년 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앞서 열린 청룡기 대회를 3위로 마감한 아쉬움도 있었기에 그는 "다시 재정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며 파이팅을 주문했다. 부산고는 앞서 대회 1회전에서 대전제일고를 9-1, 32강전에서 광천고를 10-1로 꺾은 바 있다.
좌투좌타 외야수인 홍재민은 올해 고교리그에서 타율 0.361(83타수 30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리드오프로서 높은 장타율(0.554)를 기록 중인 그는 OPS가 0.987(출루율 0.433)로 높다.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주말리그에서 다소 부진했는데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뿌듯하다"며 "목표는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는 것이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수비와 콘택트 능력만큼은 자신있다고 한다. 178cm·82㎏로 다부진 체력을 자랑하는 그는 "키가 작아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현 감독은 "홍재민은 공수주를 모두 갖춘 선수로 주장 몫까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부산고는 이날 타선의 집중력 속에 6승1패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 중인 에이스 한승주를 아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3경기는 우천으로 하루 밀려, 세광고-강릉고(낮 12시), 대구고-공주고(오후 3시), 휘문고-장안고(6시)의 16강전은 2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