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1회 2사 3루에서 두산 선발 세스 후랭코프에게 결승 1타점 적시타를 뽑았다. 선두타자로 나선 4회에도 우익수 방면으로 장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두산 박건우의 호수비에 걸려 아웃됐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박병호의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퍼졌다.
박병호는 2-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가 이어진 8회 2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윤명준과의 승부에서 볼 3개를 연속 골라냈다. 박병호는 윤명준의 4구째 131㎞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의 2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3볼 상황에서 직구보다는 변화구를 예상했고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져 좋은 타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팀 승리는 물론 개인 기록까지 달성하는 기쁨을 누렸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5년,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2018년부터 올해까지 포함해 6시즌 연속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박병호에 앞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시즌 연속 홈런 30개 이상을 날린 이승엽 밖에 없다. 그는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사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과연 30홈런을 때려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 30홈런을 기록하고 나니 후련한 마음이 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아쉽게 홈런왕을 놓친 박병호는 타이틀 탈환에 점차 다가서고 있다. 이날 홈런으로 홈런 부문 2위 팀 동료 제리 샌즈(27개)와의 격차를 3개로 벌렸다.
박병호는 이번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쳐 홈런이 주춤했다. 하지만 지난달에만 25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을 몰아쳐 홈런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27일 청주 한화전에서는 4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그는 "상대 팀(두산)과 게임 차가 얼마나지 않는다"며 "남은 경기에서 홈런이 안 나오더라도 최근 장타력이 좋은 만큼 이를 유지하면서 정규시즌을 마치고 싶다. 마지막으로 모든 선수들이 지쳐 있는데 성적뿐 아니라 선수단 분위기를 밝게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