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9일 잠실에서 열린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4-2로 역전승을 거뒀다. 1~2차전 패배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LG는 3차전 승리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모처럼 합친 LG의 '키스톤 콤비'가 승리를 만들었다.
LG는 2-2로 맞선 7회 말 선두타자 정주현이 우익수 방면 2루타에 이은 제리 샌즈의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해 황금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오지환이 큼지막한 중견수 뜬공을 때려내 3루 주자 정주현이 여유 있게 홈을 밟도록 했다. 8회 말 카를로스 페게로가 이번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쐐기 홈런으로 만들었고, 9회 마무리 고우석이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키스톤 콤비'의 투혼이 발휘됐다. 정주현은 이날 0-1로 뒤진 1회 말 2사 1루에서 김하성의 파울 타구를 잡으려다 다쳤다. 공을 등진 채 타구만 쫓던 그는 펜스와 충돌했고, 왼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한동안 고통스러워했다. 유지현 수석코치가 달려가고, 류중일 감독이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정주현은 이번 시즌 LG 주전 가운데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았다. 2루수로 가끔 어이없는 실책을 저질렀고, 타율 0.231에 그칠 만큼 타격이 약해서다. 하지만 LG에는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다.
'프로 11년 차' 정주현은 처음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았다. 4경기 모두 선발 출장했지만 타격 약점 탓에 교체되기 일쑤였다. 지난 3일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한 타석만 소화하고 1-0으로 앞선 4회 무사 1·3루에서 박용택(1타점 희생플라이)로 교체됐다. 준PO 1차전에서도 0-0으로 맞선 7회 박용택으로 교체 아웃됐다. 7일 준PO 2차전에서 4-1로 앞선 7회 2루타로 프로 데뷔 후 '가을 야구' 첫 안타를 기록한 뒤 7회 말부터 수비 강화 차원에서 윤진호로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정주현은 이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한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소화했다. 투혼과 함께 타격 약점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0-2로 뒤진 2회 말 2사 1·2루에서 상대 선발 이승호에게 추격을 알리는 1타점 적시타를 쳤다. 그리고 선두타자로 나선 7회 3루까지 진루하며 결승점을 발판을 놓았다.
'유격수' 오지환도 투혼을 발휘했다.
오지환은 9월 22일 잠실 두산전 3회 2루 도루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무릎을 다쳤다. 정밀 검진 결과 최소 3주 진단이 떨어졌다. LG에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이었다.
하지만 오지환은 극적으로 몸 상태를 회복, 지난 3일 열린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준PO 엔트리에 포함됐다. 수비와 타격 등 훈련을 대부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다만 지난 7일까지 팀이 치른 PS 3경기에는 모두 결장했다. 오지환은 "경기에 출장할 수 있다"며 강력한 의사를 내비쳤으나 류중일 감독은 "더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류중일 감독은 7일 준PO 2차전에 앞서 "빠르면 오늘 경기 후반에 내보낼 수 있다. 3차전에도 경기 상황에 따라 출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9일 경기에 앞서 류중일 감독은 타격 훈련 중이던 오지환에게 다가가 "너무 무리하지 마라"는 듯한 제스처로 걱정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오지환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출장하고 싶다'는 듯 무력시위를 펼쳤다. 1회 초 키움의 공격 때 투수들이 몸을 푸는 불펜에 방망이를 갖고 들어가더니 연신 방망이를 돌렸다. 1회 말에는 캐치볼을 하며 '수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인을 보냈다.
오지환에게 기회가 왔다. 류중일 감독은 3차전 2-2로 맞선 선두타자 구본혁(9번·유격수) 타순에 대타 오지환을 내보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처음 출장한 그는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1사 2루에서 김민성의 유격수 앞 땅볼 때 3루를 노리다 아웃돼 아쉬움을 남겼지만, 7회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로 정주현이 여유 있게 홈을 밟도록 도왔다. 오지환과 정주현은 7회 초 무사 1루 이후 내야 땅볼 때 두 차례나 선행 주자를 2루에서 아웃 처리하는 호흡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