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인다더니, 코트 위 '농구인 2세'들의 활약이 뜨겁다. 먼저 자리잡은 '형들'의 뒤를 이어 신인 김진영(21·서울 삼성)도 강렬한 데뷔전을 치르며 농구인 핏줄을 증명했다.
지난 11월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서울 삼성에 지명된 김진영이 3일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부산 kt와 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소속팀 삼성은 83-96으로 역전패를 당하며 3연패에 빠져 공동 7위(8승10패)로 내려앉았지만, 화끈한 데뷔전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진영의 발견은 분명한 소득이었다.
전체 1순위로 지명받은 박정현(23·창원 LG)을 비롯해 몇몇 동기들은 이미 데뷔전을 치른 상황. 하지만 조금 늦은 데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1쿼터 5분19초를 남기고 이관희(31)와 교체 투입돼 코트를 밟은 김진영은 초반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신인답지 않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영환(35) 양홍석(22) 등 선배들이 버티고 선 kt 골밑을 거침없이 비집고 들어가 득점을 성공시키는 등 여러 차례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신인인 만큼 부족한 부분도 눈에 띄었지만,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치곤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다.
김진영은 이날 경기에서 25분20초를 뛰며 16득점 6리바운드를 올리며 맹활약했다. 19득점(3스틸)을 올린 이관희와 18득점을 기록한 김준일(27)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득점. 데뷔전부터 제 몫을 다해준 신인 김진영의 활약에 이상민(47) 삼성 감독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던 분위기 속에서 김진영이 두각을 드러내자, 농구계도 '대형 신인' 등장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겨우 데뷔전을 치렀지만 벌써부터 신인상 후보로 손꼽는 이들도 있다.
데뷔전 매치업 상대도 절묘했다. 김진영은 잘 알려진 대로 김유택(56) 스포티비 해설위원의 아들이다. 프로에서도 아버지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14번을 달고 뛴다. 그리고 데뷔전 상대였던 kt는 '농구 대통령' 허재(54) 전 남자 대표팀 감독의 아들 허훈(24)이 뛰고 있는 팀이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한국 농구 역대 최강으로 불렸던 '허동택 트리오'의 두 아들이 코트 위에서 맞붙는 장면이 연출돼 관심이 집중됐다. 대결은 15득점 13어시스트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역전승을 이끈 허훈의 판정승. 허훈은 후반에만 8도움을 쓸어담으며 동료들의 플레이를 살려줬고,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어시스트 기록과 함께 자신의 네 번째 더블-더블도 기록했다.
'선배' 허훈의 활약에 데뷔전을 패배로 마감하긴 했지만, 이날 보여준 김진영의 활약은 앞으로 펼쳐질 2세들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삼성과 kt가 이번 주 서로와 연전을 치르는 일정이라 두 팀은 오는 6일 삼성의 홈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다시 맞붙는다. 두 농구인 2세들의 '리턴매치'도 곧바로 성사돼 농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