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이번 겨울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2015년부터 무려 다섯 시즌을 함께한 '장수 외인' 브룩스 레일리(31)와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를 대폭 물갈이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했다. 자칫 과감한 변화 드라이브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례적으로 외국인 선수 메디컬 테스트를 메이저리그 팀 닥터에게 맡겼다. 투수 애드리안 샘슨(28)은 텍사스 구단의 정형외과 컨설턴트 존 브라운 박사가 체크했다. 샘슨은 고등학교 때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2016년 오른 팔꿈치 굴곡근 파열로 수술대에 오른 전력이 있다. 그러나 브라운 박사의 테스트 결과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 계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올 시즌을 텍사스에 뛴 샘슨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브라운 박사가 잘 알고 있었다.
내야수 딕슨 마차도(27)와 투수 댄 스트렐리(31)는 샌프란시스코와 콜로라도 구단의 정형외과 컨설턴트 에릭 딘 박사가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올 시즌 종아리 부상을 경험한 마차도의 몸 상태는 원소속팀 시카고 컵스와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이 10년 넘게 컵스 스카우트로 활동한 인적 네트워크가 가동됐다.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다. 척 바우만 컵스 트레이닝 코디네이터로부터 얘길 직접 듣고 확신을 가졌다.
영입을 고심했던 스트렐리에 대한 고민도 지웠다. 스트렐리는 올해 9월 왼 무릎 반월상 연골판 손상 부위를 절제했다. 오른손 투수로 왼 무릎은 중요하다. 피칭 시 많은 하중이 실린다. 2012년 SK에서 쏠쏠한 활약(6승 3패 평균자책점 3.40)을 하던 외국인 투수 마리오가 KBO 리그를 떠난 것도 무릎이 원인이었다. 경기 중 디딤발인 왼발이 꺾이면서 무릎 부상으로 연결됐고 100% 몸 상태를 회복하지 못했다. 스트렐리를 계약하기까지 건강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관심이 있던 한 지방구단이 스트렐리 영입전에서 철수한 것도 무릎 상태가 원인이었다. 무턱대고 계약했다가 무릎에 탈이라도 나면 시즌 농사를 망칠 수 있다. KBO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롯데는 올 시즌 제이크 톰슨(25)이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경험했다. 그만큼 메디컬 테스트에 집중했다.
내부적으로 '건강한' 스트렐리는 매력적인 자원이라고 판단했다. 빅리그 통산 44승을 기록 중인 경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허재혁 트레이닝 총괄을 애리조나 현지로 파견해 선수와 직접 동행하면서 꼼꼼하게 무릎 상태를 파악했다. 딘 박사는 스트렐리의 무릎이 2020시즌을 뛰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계약까지 이어졌다.
메디컬 테스트는 외국인 선수 영입 시 필수 과정이다. 최근엔 미국 현지에서 진행하던 걸 국내 구단 지정 병원에서 하는 경우도 꽤 늘었다. NC와 계약한 외야수 에런 알테어(28)는 12월 1일 입국해 2일과 3일 양일에 거쳐 서울에 있는 복수의 병원에서 몸 상태를 점검받았다.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더 확실하게 체크하겠다는 의지다. 롯데는 미국 현지에서 진행하면서 많은 부분을 절약했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연계된 전문가와 함께해 정확도를 높였다.
외국인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의 팀 닥터한테 메디컬 테스트를 받게 되면 몸 상태를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롯데 구단이 이번에 사용한 외국인 선수 메디컬 테스트 진료지도 메이저리그 구단이 하는 것과 똑같이 만들었다. 체크 항목만 40개가 넘는데 국내 의료진이 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약을 노리는 롯데가 외국인 선수의 '건강'이라는 변수를 최소화한 채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