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의 2019시즌은 5월 3일에 멈췄다. 그날 창원 KIA전 2회말 3루 슬라이딩을 하다가 오른 무릎이 꺾였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수술을 피하지 못했다. 이틀 뒤 무릎 전방십자인대 및 내측인대 재건술과 바깥쪽 반월판 성형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프로 입단 후 겪은 가장 큰 위기였다.
중심타자를 잃은 NC는 정규시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지만, 첫 경기에서 패하며 탈락했다. LG를 상대로 5안타 빈타에 허덕인 게 결정적이었다. 단 1득점에 그치며 나성범의 빈자리를 느꼈다.
차근차근 재활 단계를 밟았다. 9월에는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기 위해 미국으로 넘어갔다. 11월 귀국하기 전까지 LA에 있는 보라스 스포츠 트레이닝 인스티튜트(BSTI)에서 훈련했다. 수술 부위에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지난 2월에는 미국 애리조나 팀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수비를 제외한 타격에만 집중했다.
현재 자체 청백전을 치르면서도 수비는 하지 않는다. 구단은 '무리시키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선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무릎을 다친 만큼 신중하다. 이동욱 감독은 "최고의 시나리오는 5월에 있을 개막전 때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거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데 끌어다가 쓰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상황은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시즌 개막이 미뤄진 것도 나쁘지 않다. 코로나19로 개막이 최소 4월까진 불발돼 컨디션을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리그 전체에는 큰 타격을 줬지만, 나성범에겐 조급하지 않게 재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그는 "야구를 1, 2년하고 그만둘 게 아니라서 무리하지 않고 있다"며 "선수들과 팬들에게 미안함이 있다.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몸에 더 단단해진 거 같은데. "일부러 키우려고 한 건 아닌데 하다 보니까 좋아진 거 같다. 살을 많이 뺐다. 지난해 9월 미국에 갈 때 체중이 112kg 정도였는데 지금은 102~3kg이다. 좀 더 빼려고 하는데 잘 빠지지 않더라. 여기가 끝인 것 같다.(웃음)"
-체중을 뺀 이유는. "무게가 많이 나가면 아무래도 무릎에 부하가 많이 된다. 조금이라도 가벼우면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이전부터 빼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됐다. 관리 차원이다. 파워는 큰 문제가 없다. (체중 변화로) 급격하게 차이가 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
-무릎 상태는 어떤가. "많이 좋아졌다. 야구를 1, 2년하고 그만둘 게 아니라서 무리하지 않고 있다. 선수 생활을 단기로 하려면 당장에라도 하겠지만 몇 년 더 해야 하니까. 시즌이 미뤄지고 있는 게 나한테는 조금 득이지 않을까 한다."
-수술한 지 1년 정도가 됐는데. "지난해 5월 5일 수술했다. 사람마다 다르다. 수술 후 1년이 지난 뒤 복귀할 수 있고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난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반인이라면 정상적으로 생활이 가능하고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운동선수여서 계속 뛰어다녀야 하고 무리가 갈 수 있어서 최대한 몸을 쉬어주고 있다."
-개막이 미뤄지고 있는 게 재활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초조함은 덜하지 않나. "좋지 않은 일로 (개막전이) 딜레이되고 있지만, 나한테는 좋은 시간인 것 같다. 그러나 빨리 (코로나19가) 없어졌으면 한다."
-작년에는 주장으로 시즌을 준비했고 지금은 아니다. 마음가짐이 다를까. "항상 똑같은 마음으로 한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주장을 했을 때는 선수들에게 좀 더 다가갔던 거 같다. 후배들하고 얘기도 많이 하려고 했고, 책임감이 아무래도 더 컸다. 지금은 선수들과 팬들에게 미안함이 있다.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
-재활하면서 밖에서 바라본 야구는 어땠나. "한동안 잘 안 봤다. 너무 힘들기도 했다. 이렇게 길게 쉬어본 것도 처음이어서 1년을 어떻게 기다릴지 막막했다. 재활하면서 야구장과 집을 오갔는데 한두 달이 지나니까 선수들에게 미안함이 더 커졌다. (내 부상으로 인한 공백 때문인지) 외야수가 교체되고 (트레이드로) 명기 형이 오고 우성이가 가지 않았다. 괜히 내가 원인을 제공했나 싶었다. 그래도 선수들이 (위기를) 헤쳐 나가서 5강까지 가고 그랬던 거 같다."
-동료들이 등 번호 47번을 헬멧 등에 새기고 경기를 뛰었는데. "야구를 하면서 다른 구단에서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내 번호가 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일은 아닐 테니까. 선수들이 그렇게 하니까 기분이 묘하더라."
-팀 타선에 대한 평가가 좋은데. "나만 잘하면 된다. 선배들이 너무 잘하고 외국인 선수도 지금 하는 걸 봐서는 충분히 잘할 거 같다.(웃음)"
-타격은 현재 100%인가. "100%로 하고 있는데 경기 감각이랑 연습은 다르지 않나. 계속 경기를 하면서 감을 잡으려고 한다. (스프링캠프 때는) 오랜만에 타석에 들어가서 그런지 공이 날아오면 보기 바빴던 거 같다. 지금은 괜찮다."
-구단 간 연습경기를 더 기다리겠다. "자체 청백전을 하고 있지만 직접 (시즌 중에) 상대해야 할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들이라서 우리 팀 투수를 상대로 잘 쳐서 뭐하겠나."
-우승 적기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젠 해야 할 것 같다. 모든 팀이 우승을 하고 싶겠지만, 우리도 이 좋은 야구장에서 해야지 않을까. 매번 정규시즌 때 잘하다가 끝 무렵 힘이 빠지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지나고 나면 항상 후회되더라. 한국시리즈 때 다른 팀들이 하고 있으면 TV를 보고 있어도 재미가 없더라."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빠른 이야기 같다. 내 실력을 보여줘야 할 수 있는 거라서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아직은 조금 이르다."
-코로나19로 인한 개막전 연기로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 얘기도 나오는데. "선수들한테는 좋지 않을 수 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겨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무릎에서 회복돼) 전 경기를 출전하는 건 솔직히 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