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석 달 동안 가장 주목받은 신인 투수가 데뷔전을 치른다. KT 소형준이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3연전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3일에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그를 4선발로 내세운다고 공언했다.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선발진 후보로 여겨졌다. 사령탑은 "고졸 신인답지 않다. 완성형 투수다"라며 높은 평가를 했고, 불펜피칭을 받아본 주전 포수 장성우도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과하지 않은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실전에서 꾸준히 선발로 나섰고, 5인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1일에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는 6이닝·5피안타·2볼넷·1실점을 기록하며 첫 공식 리허설을 완벽하게 마쳤다. 그럼에도 경기 뒤 "볼넷을 내준 점이 아쉽다"며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배포가 남다른 투수로 평가받는다. 소형준은 그동안 TV 중계로만 보던 KBO 리그 정상급 타자들과의 승부를 고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연기됐을 때도 "빨리 다른 팀과의 경기에 등판하고 싶다"며 웃었다. 비로소 때가 왔다.
이 경기는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일단 어깨가 무겁다. KT는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던 롯데와의 개막 시리즈에서 먼저 2패를 당했다. 1차전 역전패 여파가 2차전까지 이어졌다. 외인 투수 2명이 나선 경기에서 모두 패한 점도 팀 분위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즌 두 번째 3연전이자 새로운 상대와의 첫 경기다. 시즌 초반 기세를 만드는데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경기다. 부담과 긴장이라는 변수가 있다.
데뷔전부터 우승 후보를 상대하는 점도 주목된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팀이다. 지난 시즌 팀 타율 2위(0.278)에 오를 만큼 짜임새 있는 타선을 갖추고 있다. 장타 생산 능력이 좋은 타자도 많다. 한국 야구의 성지로 알려진 잠실구장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점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클 수 있다. KT는 2019시즌 두산을 상대로 강했다. 상대 전적(9승7패)에서도 앞섰다. 득점 지원이 넉넉하다면 특급 신인의 호투도 기대할 수 있다.
데뷔전은 마침 어버이날이다. 소형준은 코칭스태프로부터 자신의 첫 등판 날짜를 전해 들은 뒤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귀띔했다고 한다. 메이저리거 류현진(토론토)은 지난해 마더스 데이에 호투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소형준도 오랜 시간 동안 뒷바라지를 해준 부모에게 '호투'라는 가장 좋은 선물을 안길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