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한·일전이 열린다면 선발투수는 구창모다.” 최근 야구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구창모(23·NC 다이노스)가 팀을 연패에서 구하며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1위로 올라섰다.
31일 대구에서 열린 NC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는 현재 시점에서 국내 최고 좌완투수 간 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구창모와 최채흥(25·삼성)이 선발로 나섰다. 두 투수는 전날까지 4경기에 등판해 패배 없이 나란히 3승씩 기록 중이었다. 평균자책점은 구창모가 1위, 최채흥이 5위였다. 둘은 “상대 경기 영상을 본다. 배울 게 많은 투수”라고 서로를 칭찬했다.
승부는 싱겁게 났다. 구창모는 4회까지 12명의 타자를 상대로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5회 살라디노에게 첫 볼넷을 줬으나, 곧바로 박찬도를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끌어내 병살타로 이닝을 마쳤다. 6회엔 김응민에게 내야안타를 줬으나 역시 후속 타자를 잘 막았다. 6이닝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삼성 타자들은 구창모가 마운드에 있을 땐 2루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반면, NC 타자들은 최채흥 공략에 성공했다. 1회 초 박민우가 선두타자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고, 2회엔 김태군이 1사 1·2루에서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4회엔 수비 실책을 틈타 2점을 추가했다. 최채흥은 5회에도 등판했으나 3연속 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4이닝 9피안타 7실점(5자책). 1.88이었던 평균자책점은 3.21까지 치솟았다.
NC가 18-7로 이기면서 구창모는 시즌 4승을 거뒀다. 라울 알칸타라(두산·4승 1패), 에릭 요키시(키움·4승)와 함께 다승 공동선두가 됐다. 평균자책점은 0.62에서 0.51로 더 낮추면서 2위 요키시(0.91)와 격차를 벌렸다.
2016년 NC에 입단한 구창모는 꾸준하게 기회를 얻었다. 2018년까지는 평범한 투수였다. 3년간 16승을 올리는 동안 22패를 기록했다. 1980년대 인기 밴드 송골매의 리드보컬 구창모(66)와 동명이인이라는 점이 야구보다 더 큰 화제였다. 송골매 구창모와 인연이 있는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 소개로 두 구창모는 서로 만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투수’ 구창모의 위상이 달라졌다. 데뷔 후 처음으로 10승(7패)을 기록하며 주축 투수로 발돋움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구종도 다양해졌고 구속도 빨라졌다. 하지만 가장 큰 강점은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구창모도 “이제는 자신 있게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에도 발탁됐다. 하지만 허리 피로 골절 때문에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구창모는 올 시즌을 앞두고 “도쿄올림픽에 꼭 가고 싶다. 태극마크가 나의 꿈”이라고 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열리는 올림픽에서 구창모의 꿈이 이뤄질 듯하다.
인천에서는 SK 와이번스가 한화 이글스를 6-4로 이기고 4연승을 달렸다. 최하위였던 SK는 7승 16패로 한화(7승 17패)를 끌어내리고 9위로 올라갔다. 선발 박종훈이 6이닝 4실점(3자책점)으로 시즌 2승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두산 베어스에서 SK로 트레이드된 포수 이흥련은 5회 솔로포를 날리는 등 2경기 연속 대포를 가동했다. 부진했던 마무리 투수 하재훈은 9회 초에 나와 안타를 한 개도 내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막아 시즌 2세이브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