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적발 3회 전력에도 불구하고 KBO 리그 복귀를 준비했던 강정호(33)가 뜻을 접었다.
강정호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긴 고민 끝에 조금 전 히어로즈에 연락드려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며 '야구팬 여러분들과 KBO 리그, 히어로즈 구단 그리고 동료들에게 짐이 되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받은 모든 관계자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2015년 1월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프리에이전트(FA) 신분이 아니었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쳤고 원소속구단인 넥센(현 키움)으로부터 임의탈퇴 선수로 처리됐다. KBO 리그에 돌아오려면 키움 구단이 임의탈퇴를 풀어야 선수로 뛸 수 있지만, 강정호가 자진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복귀는 물거품이 됐다. 사실상 이번 결정으로 KBO 리그 내 경력에 마침표가 찍혔다. 2006년 현대에서 데뷔한 강정호의 통산 성적(9년)은 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에서 멈추게 됐다.
반복된 음주운전에 발목이 잡혔다. 강정호는 피츠버그에서 뛰던 2016년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4%의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재판 과정에서 넥센 시절 두 차례 구단 미보고 음주운전 사고가 있었던 게 확인돼 논란이 커졌다. 당시 KBO는 강정호의 소속(메이저리그)을 고려해 즉각 징계 과정을 밟지 않았다.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좁아진 입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국내 복귀를 택했다.
지난달 25일 뒤늦게 KBO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미국 텍사스에 체류 중이던 강정호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관련 절차를 소화했고 이 과정에서 키움과 접촉하지 않고 KBO에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개인적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상벌위원회는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예상보다 낮은 징계가 나오면서 강정호는 지난 5일 입국 후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했다. 첫 시즌 연봉 반납부터 유소년 야구 재능 기부 등 다양한 애길 꺼냈지만 여론이 최악으로 흘러갔다. 결국 고심 끝에 복귀 의사를 접었다.
강정호는 '아직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어떤 길을 걷게 되던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 또한 봉사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