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는 지난해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선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재학과 구창모가 10승, 박진우가 9승을 올렸다. 올해로 프로 6년 차를 맞는 구창모가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해 확 치고 나왔다. 28일까지 6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1.37로 부문 선두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SK는 지난해 5선발로 11승을 올린 문승원이 올해 가장 안정적인 모습이다. 9차례 등판 가운데 6번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고도 승운이 따라 주지 않아 2승(3패)에 그치지만 평균자책점은 3.23으로, 기대를 모은 박종훈(3승3패, ERA 5.81) 보다 훨씬 좋다. 지난 25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는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의 8연패를 끊었다. 같은 날 더블헤더 1차전에서 염경엽 감독이 경기 도중 쓰러졌고, 문승원은 "감독님이 쓰러지셔서 많이 놀랐다. 그래서 더 이기려고 했던 게 승리의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4~5선발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는 팀도 있다.
'현역 최다승 투수' KIA 양현종은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투수를 포함해 팀 에이스로 군림했다. 이번 시즌 출발은 다소 안 좋다. 27일까지 5승 4패로 팀 내 다승 1위지만 평균자책점은 4.67로 높다. 4승3패를 거둔 임기영이 평균자책점은 2.91로 더 좋다. 양현종은 올해 10차례 등판 중 6실점과 8실점을 한 차례씩 했다.
LG는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차우찬이 올해 4승3패 평균자책점 4.98로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이민호와 정찬헌이 새롭게 등장했다. 둘은 코칭스태프의 배려 속에 열흘 간격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총 4차례 선발 등판한 이민호가 2승2패 평균자책점 1.59를, 정찬헌이 4승1패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 중이다. LG의 7연패 탈출도 정찬헌이 개인 첫 완봉승으로 일궈냈다.
롯데는 지난해 장시환이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6승으로 팀 내 최다승에 4.95의 평균자책점으로 가장 많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장시환을 한화로 트레이드한 롯데는 올해 박세웅(2승4패, ERA 5.87)에게 토종 에이스의 모습을 기대했으나, 서준원이 3승1패 평균자책점 3.88로 가장 좋다.
삼성은 지난해 팀 내 최다승, 최소 평균자책점, 최다 아닝 투구를 한 백정현을 대신해 올해 프로 2년 차 원태인이 4승2패 평균자책점 2.96으로 토종 에이스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미 프로 첫해 지난해 거둔 4승을 달성했다.
두산은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를 올린 이영하가 올 시즌 1승4패 평균자책점 6.29로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동안 '꾸준함의 대명사' 유희관이 5승1패 평균자책점 4.66으로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KT는 김민(6승12패 ERA 4.96→2승3패 ERA 9.62) 대신 배제성이 3승2패 평균자책점 3.91로 가장 안정적이다. 키움은 최원태가 변함없이 토종 선발진 중 가장 좋은 모습이다.
다승·평균자책점·투구 이닝으로 살펴보면 팀별 토종 에이스의 변화가 꽤 많다. 최근 몇 년간 좋은 활약을 보인 베테랑이 다소 부진한 사이 젊은 투수가 대거 성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시즌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편 한화는 지난해와 올 시즌 모두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선발 투수가 없는 '슬픈 현실'을 반복해 맞고 있다. 장시환과 김민우가 8차례씩 선발 등판해 1승4패 평균자책점 6.21, 5패 평균자책점 5.16으로 부진하다. 가장 최근 규정이닝을 달성한 국내 투수는 최근 SK로 트레이드된 2014년 이태양(당시 7승10패, ERA 5.29)이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