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타자 추신수(38·텍사스)를 내년에도 메이저리그(MLB)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로 텍사스와 장기계약이 끝나는 추신수는 현역 선수로 더 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추신수는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지역지 댈러스모닝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1∼2년 더 뛸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하지만 내년 겨울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봐야 한다. 부모님, 가족들과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나만의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2013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 달러(1546억원)에 계약했다. 올해로 텍사스와의 계약이 끝나는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트레이드 예상 선수로 꾸준히 이름이 올랐다. 올해도 마찬가지였지만, 지난 1일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지나 텍사스에 잔류하게 됐다.
올 시즌 MLB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단축 시즌(팀당 60경기)으로 진행되고 있다. 텍사스는 38경기를 치렀다. 계약 마지막 시즌이 쏜살처럼 지나가자 추신수의 고민도 커지는 모양이다.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싶다는 뉴스가 나온 날, 추신수의 방망이는 화끈하게 폭발했다. 그는 6일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과의 원정경기에서 5번 타자·우익수로 출전, 2-5로 뒤진 9회 초 솔로 홈런(시즌 5호)을 날렸다. 요한 라미레스의 시속 156㎞짜리 빠른 볼을 받아친 것이다.
이날 홈런을 포함해 4타수 4안타를 때린 추신수의 시즌 타율은 0.198에서 0.229로 올랐다. 코로나19 탓에 어지러운 시즌을 치르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 추신수는 모처럼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여전히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추신수에게는 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내가 계속 뛰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난 그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MLB의 젊은 선수들과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커리어를 연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 단기계약이라면, 추신수를 원하는 팀은 내년에도 나타날 것 같다.
MLB도 '리더 추신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MLB 공식 홈페이지(MLB닷컴)는 지난 4일 추신수가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후보(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이 되는 선수에게 주는 상)로 선정된 소식을 전하며 "그가 텍사스에 남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지만,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 추신수는 클럽하우스에서 존경받는 리더이자 젊은 선수들의 멘토"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MLB닷컴은 "추신수는 코로나 사태로 리그가 중단됐을 때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 모든 선수에게 1000달러(119만원)를 줬다. 알링턴에 있는 학교와 한국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아내 하원미 씨와 함께 댈러스에 한국문화원을 설립하는 데에 10만 달러(1억1900만원)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추신수는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과 면담하면서 1번 타자를 유망주 레오디 타바레스에게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우드워드 감독은 "추신수는 팀을 먼저 생각한다. 타순이 내려가는 것은 괜찮다고 하더라. 그는 이타적인 사람이라 놀랍지 않았다"고 했다.
댈러스 모닝뉴스는 "추신수의 이타심이 그를 야구에서 멀어지게 할 수도 있고, 경기에 계속 뛰게 할 수도 있다. 그는 계약 마지막 달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당장 (은퇴 여부를) 결정하기 이르다. 아직 9월이고, 우리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