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희는 지난 9일 열린 KT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 6회 말 2사 1루에서 등판해 7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2⅓이닝 무실점 쾌투를 선보였다. 경기 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홍건희의 공이 워낙 좋아서 2⅓이닝을 맡겼다. 내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잘 던졌다. 앞으로 투수 운영이 수월해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두산은 선발투수와 셋업맨 사이를 잇는 중간 계투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정규시즌 막판 셋업맨 이승진과 마무리 투수 이영하가 1이닝 이상을 던지는 경기가 많았다. 그게 필승 공식이었다. 준PO에서는 선발 투수 최원준을 두 번째 투수로 내세우기도 했다.
PO 2차전은 선발 투수 최원준이 2⅔이닝 만에 강판당했다. 김민규와 박치국이 각각 1이닝과 2이닝을 소화했지만, 무리 없이 셋업맨을 투입할 수 있는 시점까지 남은 이닝이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막판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홍건희가 탄탄한 연결고리 역할을 해준 것이다. 사령탑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홍건희는 "시즌 후반 부진해서 심기일전하며 단점을 보완했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2차전 등판을 돌아봤다. 이어 그는 "KIA 소속이었던 2017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등판하지 못했다. 두산에 와서 첫 가을야구에 나섰다. 안에서 직접 경험해보니 두산이 왜 강팀인지 알게 됐다. 질 것 같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시즌에 유독 강한 두산의 일원으로 동화되고 있다.
두산 프런트의 선택도 재조명받는다. 홍건희는 지난 6월 7일 멀티 내야수 류지혁을 KIA로 보내고 영입한 투수다. 입단 8시즌 동안 유망주라는 딱지를 떼지 못했다. 두산이 손해 보는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더 많았다.
김태형 감독은 홍건희를 셋업맨으로 활용했다.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는 기질을 높이 평가했다. 홍건희는 두산 불펜진이 흔들렸던 7~8월만 8홀드·1세이브를 기록하며 부응했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 치열할 때는 팀 기여도가 낮았지만, 한국시리즈 진출 분수령이었던 PO 2차전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발휘했다. 원래 '두산맨'이었던 것처럼 다부진 투구를 보여줬다.
두산은 이적생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셋업맨 이승진도 백업 포수를 맡고 있던 이흥련을 SK에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영입한 투수다. 처음에는 선발 유망주로 봤다. 크리스 플렉센이 왼발등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대체 선발로 기용하기도 했다.
이승진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는 김태형 감독이 8회를 맡길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줬다. 두산 이적 직후 시속 140㎞대 초반에 그쳤던 빠른 공 구속이 140㎞ 중·후반까지 올랐다. 프런트의 안목, 두산 2군 코치진들 지도력을 모두 증명하는 선수였다.
이승진은 포스트시즌 데뷔전도 잘 치렀다. 4일 열린 LG와의 준PO 1차전에서 두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유망주였던 이승진이 가을 강자 두산의 주축으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