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4·토론토)이 에이스의 위용을 뽐내며 2021시즌을 출발했다.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에서 호투한 그는 오는 8일(한국시간) 텍사스와의 원정경기에 시즌 두 번째로 등판할 예정이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4일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6∼8일 텍사스와의 원정 3연전 선발 투수를 예고했는데, 마지막 경기에 류현진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닷새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는 셈이다.
류현진은 지난 2일 미국 뉴욕주에서 열린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5⅓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그가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토론토는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3-2로 이겼다.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5⅓이닝 동안 5피안타 2실점)과의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특유의 '강렬한 안정감'을 보여줬다. 1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2017시즌 아메리칸리그 홈런왕(52개) 애런 저지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 중계진은 "저지는 컷 패스트볼(커터)이나 체인지업을 대비했지만, 포심 패스트볼이 들어오자 타이밍이 늦었다"고 평가했다. 2회 1사 1루에서 지오반니 어셸라 헛스윙으로 잡자, 스포츠넷 중계진은 "매년 류현진의 드라마틱한 체인지업에 대해 얘기하는데, (어셸라에게 던진 결정구는) 지난 몇 년 던진 체인지업 중 최고"라고 감탄했다.
지난해 류현진은 첫 두 경기에서 9이닝 동안 8실점 하며 고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정규시즌 개막이 3개월 이상 늦어져 자신만의 루틴이 깨진 탓이었다. 올해 시범경기를 치르며 그는 "올해는 첫 경기부터 잘 준비한 상태에서 마운드에 서겠다"고 장담했다. 그리고 류현진이 가장 까다로워했던 양키스 타선을 상대로 뛰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불안했던 토론토 내야진도 한층 견고해진 수비로 류현진을 지원했다. 유격수 보 비셋, 3루수 캐반 비지오 등 토론토 유망주들이 한층 안정감 있는 송·포구를 보여줬고, '이적생' 마커스세미엔도 5회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 1루 주자의 3루 진루를 막았다.
류현진은 최상의 상태로 시즌을 맞이했고, 동료들은 한층 성장했다. 2019년 LA 다저스 시절부터 3년 연속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선 류현진이 3년 연속 리그 정상급 퍼포먼스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류현진을 상대할 텍사스의 분위기는 최악이다. 텍사스는 2일 캔자스시티와의 개막전에서 7명의 투수가 피안타 5개, 볼넷 8개를 내주며 14실점 했다. 이어 4일 캔자스시티전에서도 5명의 투수가 13피안타 4볼넷 11실점을 하며 4-11로 대패했다. 두 경기에서 25점이나 내준 마운드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양현종에게 빅리그 입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양현종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지 않고 '택시 스쿼드'에 포함됐다. 택시 스쿼드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선수 개인 이동이 어려워진 상황을 고려해 만든 특별 규정이다. 빠르면 5일 이후 양현종이 MLB로 콜업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