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은 지난달 30일 깜짝 소식을 접했다.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는 얘기를 들은 것. 삼성은 스프링캠프 기간 토종 에이스 최채흥이 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해 대체 선발이 필요했다. 당초 오른손 투수 양창섭의 발탁이 유력했지만, 허삼영 감독은 최종적으로 이승민을 선택했다. 허 감독은 "경기 운영이 가장 안정적이다. 두려움 없이 자기 공을 던진다. 포수 의도대로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도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구고를 졸업한 이승민은 2020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지명을 받고 사자 군단에 합류했다. 지난해 곧바로 1군에 데뷔해 첫 승까지 따냈지만, 성적(1승 3패 평균자책점 6.84)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2군에서의 활약(7승 2패 평균자책점 3.56)을 1군에서 이어 가지 못했다. 장점으로 평가받는 제구력이 1군만 오면 흔들렸다. 직구 최고구속이 시속 140㎞를 넘지 않는 투구 스타일상 제구가 불안하면 마운드에서 버텨낼 힘이 없었다.
개막전 5선발로 낙점된 뒤 이승민은 자기 반성을 했다. 그는 "지난해 던지면서 느낀 게 많았다. 2군에서는 자신 있게 던져서 좋은 결과가 있었는데 1군에 오면 긴장이 많이 됐다.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너무 구석구석 던지려는 경향이 있었다"며 "올해는 맞더라도 자신 있게 던지려고 생각한다"고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이승민은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약속'을 지켰다. 8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6-1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후 4연패 늪에 빠져있던 팀을 구해내며 개인 통산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탈삼진 개수가 말해주듯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진 못했다. 직구 최고구속도 137㎞에 머물렀다. 대신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노리며 타자의 배트를 유인했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고 결정적인 수비 도움도 받았지만, 그 바탕엔 공격적인 투구가 있었다.
변화구로 배트를 유인하는 것보다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볼질을 하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지난 시즌 문제점을 극복했다. 감독의 기대대로 두려움 없이 공을 던졌다. 그러자 승리가 따라왔다.